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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사설]초유의 ‘권한 대행의 대행’ 체제… 출구 안 보이는 ‘국정 아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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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與, 떠넘긴 韓, 밀어붙이는 野… 수습은 누가 하나

동아일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위원들과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국회 상황에 대한 입장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2024.12.2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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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에서 재석 의원 192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조경태 의원 1명만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13일 만에 직무가 정지되고 다음 순위인 최상목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헌정 사상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도 처음이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도 초유의 일이다.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비상계엄 선포 후유증을 수습하고 안정을 되찾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탄핵 심판의 첫 관문인 헌재 재판관 구성에 막혀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된 데 깊은 좌절감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이라면 공석인 국회 추천 몫 3인을 서둘러 임명해 헌법재판관 9명 체제로 결론 내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여당은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기각되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듯 6명 체제 유지를 주장했고, 한 대행은 비현실적인 ‘여야 합의 우선’을 내세워 결과적으로 여당 편에 섰다. 헌재는 6인 체제로 탄핵 결정을 할지 아직 미정인데 내년 4월이 되면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 2명의 임기도 끝난다. 최 대행 체제에서도 재판관 임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탄핵 심리도 길어질 경우 ‘4인 체제’가 돼 탄핵 선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 대행의 ‘임명 거부’라는 무책임한 결정이 국정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초래한 셈이다. 한 대행 탄핵안 의결정족수가 ‘대통령 기준’인 재적 3분의 2(200명)인지, ‘총리 기준’인 재적 과반(151명)인지를 두고 국민의힘이 헌재에 심판을 청구한 상태여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초유의 직함으로 군 통수권자이자 경제사령탑이자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중책을 수행해야 한다. 1인 3역의 무거운 짐을 지고 뛰어야 하는 최 대행이지만 당장 헌재 재판관 임명이라는 난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최 대행이 한 대행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도 부담이겠으나 한 총리처럼 임명을 거부할 경우 야당은 “따박따박 탄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장관 줄탄핵으로 ‘내각 총사퇴에 준하는 상황’까지 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2.6원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로 폭등했고, 주가 역시 급락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심화할 경우 외환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1500원 선이 머잖아 깨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외신들은 “미국의 최대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의 군 통수권자가 누구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인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하나같이 외교 안보 위기와 경제 참사를 경고하는 내용들이다.

내년 1월 1일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도 곧 닥친다. 한 권한대행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은 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종용하고, 야당은 즉각 공포하라고 압박하면서 쌍특검법을 둘러싼 대치도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시간 끌기를 하고 있고, 한 대행은 최 대행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최 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3중 딜레마에 빠졌다. 혼란을 수습해야 할 책임자들이 버티고, 떠넘기고,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내란을 파국적 국난으로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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