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광나루한강공원에 ‘한강헬스장’ 조성
근력 강화·크로스핏 중심 운동기구 17종
“강원도 ‘머슬비치’ 같은 지역 명소 기대”
“기구 1대에 1880만원, 국내 제품의 7배”
한강 헬스장에 구비된 레그프레스 기구 카달로그용 사진.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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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시 강동구 광진교 남단 수난구조대 앞에 조성된 ‘한강 헬스장’. 개장을 맞아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운동기구 사용법을 가르치는 ‘1대1 PT’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팔굽혀펴기와 매달리기, 풀업 등을 할 수 있는 기구부터 숄더프레스, 벤치프레스 등 10종의 운동기구가 구비됐다.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윤영석(75세)씨는 “새 기구라서 좋다”며 “처음에는 서툴렀는데 요령을 익히니 강도도 조절할 수 있고 자주 들를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신 장애가 있는 류호상(경기도 안양시·36세)씨도 운동기구를 사용했다. 그는 “실내 헬스장은 사람이 많으면 좀 불편한데 야외라 넓어서 사람들이 있어도 피해 다닐 수 있다”고 전했다.
강원 강릉시 강문해변 머슬비치에서 피서객들이 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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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광나루와 강서 두 곳에 한강 헬스장을 만든 배경에는 강원도 강릉시 ‘머슬비치’와 양양군 ‘스트롱비치’ 같은 지역 ‘핫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가 담겨있다.
머슬비치와 스트롱비치는 백사장에서 헬스장 기구로 운동할 수 있는 콘셉트다. 방송 촬영과 SNS 인증샷을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며 스트롱비치에는 지난해 개장 첫 여름에만 5만여 명이 다녀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공원에 설치된 기존의 운동기구들은 본인 몸무게를 실어서 운동하는 가벼운 스트레칭 중심으로 실제 근력 운동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면서 “양양 스트롱비치처럼 몸짱부터 모든 연령층이 와서 운동하는 핫플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강 헬스장은 근력 강화와 크로스핏 중심으로 운동할 수 있게 조성됐다. 상체 기구의 경우 최소 중량 5kg부터 최대 80kg, 하체는 최소 20kg부터 최대 130kg까지 무게 조절이 가능하다.
한강 헬스장 광나루 전경. 국윤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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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운동기구 가격이 대당 평균 1000만원이 훌쩍 넘어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이봉준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한강 헬스장 제품들은 모두 덴마크산으로, 레그프레스 기구 1대 가격이 1880만원이다. 이는 일반 공원에 설치된 국내산 레그프레스(277만원)의 7배에 달한다. 명품 피트니스 브랜드로 알려진 ‘L’사의 제품(약 990만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비싸다.
앞서 지난달 1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는 한강 헬스장 조성 사업 예산의 졸속 편성과 계획 축소, 낭비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내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서재원씨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반 헬스장에서 사용하는 국산 브랜드 고급 라인의 레그프레스 머신 가격이 200~300만원대”라며 “비싸다고 더 좋다거나 기능이 다르지 않은데 20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기구를 굳이 한강에 갖다놓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헬스장 사장 이모씨도 “운동기구들은 소모품 등 유지관리 비용이 드는데 야외에서 비나 눈을 맞고 햇빛도 많이 쐬면 관리하기 쉽지 않다”며 “앞으로 유지관리비가 더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광나루한강공원에서 만난 20대 김모씨는 “집 근처 공원 헬스장도 충분히 잘 돼 있다”면서 “이건 헬스장이 아니라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 한강 헬스장 광나루에서 어린이가 크로스핏용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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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곳곳에는 이미 82개 체력단련장 내 운동기구 1000여 대가 마련돼 있다. 대개 조달청을 통해 공공 구매한 제품들이다.
서울시는 조달 구매 기구들의 모양과 기능이 획일화돼 있는 만큼, 단점을 보완하고자 놀이터 전문 업체에서 제작한 특수 재질의 기구를 들여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간도 예쁘게 꾸미고 싶고 침수가 잦은 한강 환경을 반영해 내구성이 강한 특수 재질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공간에 조달 구매로 하면 대략 1억5000만원이 소요되는데, 2개소 조성에 약 5억원이 들었으니 아주 비싼 가격은 아니다”라며 “실질 이용률로 따지면 일반 공원 헬스장보다 한강 헬스장이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는 내년 봄 한강에서 개최하는 행사에 이곳을 연계해 사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수립해 활용도를 높이지 않으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승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요즘처럼 서울시 예산이 빡빡한 상황에서 기구 단가가 국내 고급 업체와 2배 차이 나는 해외 업체를 선정한 검토 과정 등이 합당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앞으로 한강 헬스장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더 추가적으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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