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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尹 발포 지시, '재판관 임명 지연'에 성난 시민들…광화문에 50만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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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엄동설한의 날씨 속에도 헌법재판소가 있는 광화문광장에 50여만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발포 지시 등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충격적인 증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탄핵 절차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헌법재판관 임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우려와 분노를 표했다.

그러나 광장에는 희망적 분위기도 감돌았다. 농민과 시민 간 연대로 경찰 차벽을 뚫고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출시킨 '남태령 대첩'의 기억을 꺼내며 지속적인 사회적 연대를 다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50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28일 서울 종로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최저기온이 영하 7도를 기록했음에도 자리에 함께한 시민들은 롱패딩,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채 자리를 지켰다.

시민들은 전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에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등 발언을 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 충격을 표했다.

이지훈(39, 익명 요청) 씨는 "정말 심각한 일을 윤석열이 했다는 게 드러났다. 내란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빨리 이 사람을 끌어내리고 상황을 끝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조성은(31) 씨도 "너무 이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자기가 왕인 줄 알았나 보다"라며 윤 대통령이 "망쳐놓은 것을 되돌리려면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질타했다.

시민들은 그럼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김기성(30) 씨는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이 "제일 답답하다"며 "당을 떠나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들이 보이면서, 빨리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 너무 늦춰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장민정(49) 씨는 "한 총리가 말도 안 되는 고집을 피웠다"며 한 총리 탄핵안 국회 통과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마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면 "다시 탄핵을 해서라도 목표 지점까지 가야 된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 오른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도 "국민을 향해 발포를 명령한 윤석열과 살인 중대범죄를 저지르려 한 이를 비호한 이들을 용서하면 안 된다"며 "하루빨리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내란특검법을 공포해 내란수괴 일당이 처벌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노와 우려가 흐르는 가운데에도 이날 집회 분위기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았다. 무대에 오른 시민들이 '남태령 대첩'에서 촉발된 사회적 연대 확산 흐름을 이어가자는 이야기를 쏟아낸 덕분이었다.

X(옛 트위터)에서 '향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농민단체 후원을 독려했던 여성 농민 김우주 씨는 '남태령 대첩' 이후 "농민 선배님들은 지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한다. 피 흘리고 목숨 바친 아스팔트 농사가 헛되지 않았다고 행복해한다"며 "남태령 불꽃이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으로, 동덕여대로, 곳곳의 농성현장으로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남태령의 승리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졸업생연대에 속해있고, 지난 21일 남태령을 지켰다고 밝힌 김강리 씨는 "동덕여대 투쟁을 폄훼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회원의 댓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전농은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 신속하게 자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후속 조치를 약속해 주셨다"며 "그렇게 또 한 번 우리는 함께함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밖에 한국 최초 노동자병원인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인 녹색병원의 임상혁 원장, 한화오션 조선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38일째 단식 중인 강인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이 이날 집회에서 '남태령 연대'로 불리는 시민들의 후원 물결에 감사를 표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충남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태성 씨도 무대에 올라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시민들과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집회 뒤 시민들은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 "특검 특검 내란범 특검" 등 구호를 외치며 신속한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아 헌법재판소로 행진한 뒤 정리집회가 예정된 명동으로 향했다.

프레시안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삼거리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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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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