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9 (일)

"굉음 쾅쾅, 파편 뚫고 들어와"…아제르 추락 여객기 생존자 증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 생존자들이 추락 직전 외부에서 굉음이 난 뒤 정체 모를 파편이 기체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생존한 승무원인 줄푸가르 아사도프와 아이단 라힘리, 생존 승객 수브콘쿨 라키모프는 여객기 추락 직전의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지난 25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 남부의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는 갑자기 항로를 바꿔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총 67명 중 29명만이 살아남았다.

남성 승무원인 아사도프는 체첸에서 세번 착륙을 시도한 뒤로 여객기가 이상하게 운항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항공기 비행 추적 정보를 제공하는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추락 직전 74분간 수직으로 100회 이상 진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도프는 "비행기 밖에서 이상한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정체 모를 파편이 날아와 팔에 베이는 상처가 나 수건으로 이를 감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여성 승무원 라힘리는 "비행기 밖에서 두 번의 쾅쾅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파편이 기체 벽을 뚫고 객실 내부로 관통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충격에 놀란 일부 승객이 공포에 질려 자리에서 일어나 웅성거리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생존 승객인 라키모프는 "나도 '쾅' 하는 소리를 들었고 기체가 손상된 것을 보고 비행기가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마지막 기도라고 생각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객기는 기적적으로 계속 비행하다 결국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했다.

라키모프는 "충격으로 몸이 부딪혔고 몸이 계속해서 뒤틀렸다"며 "주변 사람들이 부상으로 인한 고통으로 신음하기 시작할 때까지 침묵이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착륙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라키모프는 비행기 뒷부분에 앉아 운이 좋았다고 했다. 추락 현장 사진과 영상 등을 보면 항공기 앞쪽은 대부분 파괴됐지만 꼬리 쪽은 비교적 성한 모습이다.

추락 사고가 러시아 미사일이나 파편 때문이라는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예비 조사 결과가 보도된 가운데 미국 백악관도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에 오인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4일 밤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현재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론이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실제로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인정할 가능성은 적다. 2014년에도 말레이시아 항공 17편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돼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러시아는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