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사망 3년 전 자필 유언장 통해 유증 의사
동생 "자필 여부 몰라…강압 작성 의심돼 무효"
법원 "원고 증거 없어…사찰 권리능력 있어 유증 인정"
[뉴욕=뉴시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9·11 메모리얼 풀' 인근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왼쪽에서 첫 번째)과 조계종 스님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대한불교조계종 제공) 2024.10.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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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한 스님이 생전에 재직한 사찰에 전 재산을 증여한다는 자필 유언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들은 바 없고 자필로 작성했는지 의심된다"며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약 40년간 조계종에서 활동한 승려 A씨는 2020년 2월 경북 청도군 소재의 한 사찰에 둥지를 틀었다.
같은 해 4월 그는 '부처님 법에 따라 부처님처럼 살기 위해 평생을 수행정진했다'며 '본인이 소유한 동산, 부동산 및 일체의 재산은 삼보정재를 위탁받아 사용하기 위함이다. 본인은 사후에 본인 명의의 일체의 재산을 사찰에 유증한다'고 작성했다.
이후 그는 유언장을 쓴 지 약 3년이 되는 지난해 4월 숨진 바 있다.
문제는 A씨의 동생인 B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
B씨는 "생전에 (A씨로부터) 자필 유언장에 관한 내용을 들은 바가 없다"며 "자필 작성 여부에 이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조계종은 5년마다 승려들에게 사후에 조계종 유지재단에 재산을 유증하도록 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하도록 강제했다"며 이로써 강압에 의해 유언장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증자인 사찰은 권리능력이 없는 법인이라 유증 행위가 무효라는 취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채성호)는 지난달 11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을 원고가 부담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취소'가 아닌 '무효'가 되기 위해선 의사 표시자가 공포를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완전히 박탈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사찰에 재직한 모 스님이 원고(B씨)에게 '조계종에 속한 스님들이 종단 내에서 주지 소임을 맡는 등으로 품계를 갱신할 때마다 재산을 조계종으에 귀속한다는 취지로 유언장을 작성한다'라고 언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설령 관행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승려에게 불이익이 가해지는 등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당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의사 능력을 박탈당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봤다.
아울러 해당 사찰이 비법인사단으로서 권리 능력을 갖는지에 대한 부분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우리나라에서 공인된 불교 교리 등에 근거한 승려들에 대한 협조 등을 목적으로 하는 조계종 소속 사찰이다"며 "정관을 통해 종무회를 운영하는 등 권리·의무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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