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31 (화)

푸틴, 아제르 여객기 추락사고에 이례적 사과…중앙亞 달래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예비조사서 러 책임 가능성 제기하자

아제르·카자흐 대통령에 전화해 사과 및 애도 표명

이례적 행보 주목…중앙亞서 영향력 확대 일환 해석

美언론은 "사과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아" 비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사고와 관련,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사고 직후 러시아가 책임 회피를 시도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여서 주목된다.

이데일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8일(현지시간)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알리예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가졌다”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영공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했으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피해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또 “푸틴 대통령은 사고 여객기가 그로즈니 공항에 착륙을 시도했지만, 이와 동시에 그로즈니, 모즈도크, 블라디캅카스가 우크라이나 전투 드론 공격을 받았고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이러한 공격을 격퇴했다고 알리예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도 전화해 인명 피해에 대한 대한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러시아 방공 시스템의 공격으로 여객기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도 두 정상 간 전화통화 사실을 확인하며 “푸틴 대통령이 엠브라에르-190(사고 여객기 기종)이 러시아 영공에서 외부의 물리적·기술적 충격을 받아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WP와 CNN은 “푸틴 대통령이 사과는 했지만 러시아의 책임이라는 언급은 없었다. 러시아는 여객기를 격추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앞서 아제르바이잔항공의 ‘J2 8243’편 여객기는 지난 25일 오전 8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러시아연방 내 체첸공화국 수도인 그로즈니를 향하던 도중 갑자기 방향을 틀어 카스피해 건너 카자흐스탄 남서부 악타우 인근에 추락했다. 당시 여객기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총 67명의 승객 및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38명이 사망했다. 생존자 29명 중 11명은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사고 이후 미국 등은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의 오인 사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객기 기체에 많은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러시아 항공교통국(Rosaviatsia)은 사고 여객기가 그로즈니 공항 인근의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두 차례 착륙 시도가 실패한 뒤 조종사가 대체 공항을 제안받고 카자흐스탄 악타우로 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객기가 카자흐스탄으로 항로를 변경했을 당시 “그로니즈 주변 상황은 매우 복잡했다. 우크라이나 전투 드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전날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예비조사 결론을 내놨고, 푸틴 대통령이 하루 만에 사과를 하게 된 것이다.

전화통화가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점, 러시아가 사실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 등에서 이례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가 최근 옛 소련 연방 소속이었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향력 복원을 목표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제도협력, 군사안보협력, 경제협력을 강화해 왔다.

한편 아제르바이잔 항공은 사고 여객기와 관련해 최종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바쿠에서 러시아 공항 5곳으로 가는 항공편을 중단키로 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