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 (사)케이썬 이사장ㆍ미래학회 부회장
복합 위기의 시대에서 돌출 위기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복합 위기, 다중적인 위기의 구조가 형성되는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지정학, 정치, 경제, 환경, 국제 질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인 위기가 진행되었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국제적인 지정학적 위기는 각국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위기를 가져왔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속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로 힘을 이동하는 사이에, 상대적으로 힘의 공백이 생긴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출 위기가 발행했다. 다시 미국이 러시아에 대응하는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은 시리아 헤즈볼라와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이란과의 전면전 일보까지 전개되었다. 불확실한 위기 상태를 넘어서 돌출 위기로 나타난 전쟁은 식량 및 유가의 급등은 물론, 난민과 민간인 사상자의 급증이라는 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기의 혼란 속에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는 또 어디서 돌출적인 위기로 발전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고 있다. 아니 약한 고리에서 파열이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긴장의 구조가 동아시아, 대만과 한반도를 잇는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는 미래의 위기가 아니라 현재의 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미중갈등에 따른 한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는 당장 무역의 위기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국인 중국이 무역 적자국으로 바뀌었다. 정치권에서 앞서서 떠든 중국과의 디커플링 정책은 대중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없이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가 중국에 투자한 첨단산업 시설을 철수하고 미국으로 가져오라고 강요했다. 결국 한국의 첨단산업 정책은 방향을 잃은 사이에 경쟁력이 악화되는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 2.0 시대는 또 다른 돌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1.0 시대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은 미국이 외국에 대한 영향력과 군사비 지출을 줄이고, 경제 보호주의로미국 내부 문제에 집중하는 신고립주의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025년 취임을 앞두고 파나마 운하의 이용료가 비싸다며 파나마에 반환한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는 그린란드가 미국 안보와 세계 자유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구매하려는 의사를 다시 밝혔다.미국 우선주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경제 보호주의를 넘어 영토 확장 및 글로벌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위기가 또 어디서 파국으로 전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년의 마지막에 우리나라는 복합위기에서 파생된 또 다른 돌출 위기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위기, 경제 침체, 불황이라는 경제적 위기 속에 양극화로 표현되는 사회적 위기는 결국 정치적 위기인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돌출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위기 국면 속에서 국회와 시민들이 보여준 제도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위기를 막는 최후의 지지대이면서 회복력이라는 것을 또 한번 보여주었다.
2025년에도 계속해서 복합위기가 돌출위기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 극복은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인 국민, 시민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결국 국민과 시민을 위한 국가사회 제도 개혁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권위주의 통치제도가 일부 민주화되었지만, 여전히 국가권력 시스템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명령과 복종의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권력구조 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돌출 위기의 시대, 시민의 역량은 물로 견제와 균형의 제도 개혁이 여전히 절실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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