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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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3선의 길을 열어주려는 것인가.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
내년 1월 14일 치러지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6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사상 역대 최다 후보 등록이다. 이로써 많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3선에 도전하는 이 회장이 또다시 유리한 상황이 됐다.
이 회장은 2016년 처음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설 때부터 자신을 둘러싼 정부의 견제 및 반대 여론을 뚫고 회장이 됐다. 새로 다가오는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그동안 이 회장을 당선시킨 과정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2016년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왔던 엘리트 체육계와 생활체육계의 통합이 어렵게 성사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였다. 대한수영연맹 회장이자 대한체육회 부회장었던 이 회장은 수영연맹 임원과 관계자들이 횡령과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영연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나섰다. 당시 이 회장을 비롯해 장호성 전 단국대 총장, 전병관 경희대 교수,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장정수 전 볼리비아올림픽위원회 스포츠대사 등 5명이 출마했다. 결과는 총 892표 중 294표(32.9%)를 얻은 이 회장의 당선이었다. 장호성 전병관 이에리사 모두 20%대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다. 반(反)이기흥 합산 표가 60%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후보들이 표를 나누어 가짐으로써 이 회장이 당선됐다.
이 회장은 체육계 통합에 반발하는 세력을 결집시키며 지지층을 확보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 하더라도 체육회 통합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는 재정 압박 등을 시사하며 다소 강압적 방식을 동원했는데, 이는 기존 체육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여기에 대한체육회 및 기존 엘리트 체육의 위상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존재했다. 이 회장을 둘러싸고 도덕적인 문제와 자질 시비가 일었지만 그는 정부 강압에 맞서는 체육계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통합 반발 세력의 표를 흡수하는 한편 다른 후보들의 분열로 인한 이득을 얻었다.
2021년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장 재임 당시 불거진 선수 성폭행 및 극단적 선택과 이를 둘러싼 체육회의 후진적 일처리 및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반이기흥 정서가 팽배했다. 하지만 이때도 이 회장을 비롯해 정치인 이종걸 유준상 및 강신욱 단국대 교수가 후보로 나서 표가 분산됐다. 이 회장 46.35%, 강신욱 25.68%, 이종걸 21.43%, 유준상 6.53%의 득표율에서 보듯 이 회장에게 가지 않은 표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보 분열로 인해 이 회장에게 재선의 길을 터주었다. 두 번의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 중 일부라도 단일화했다면 이 회장이 이기기 힘들었지만 매번 반이기흥 연대의 분열이 일어났고 결과는 이 회장의 재선이었다.
이 회장은 재임 기간 체육회 내에 지지 기반을 다져왔다. 일반 국민이 아닌 대한체육회 대의원을 비롯해 종목 단체 및 시도체육회 관련 체육인들이 선거인단을 구성해 투표를 하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현직 회장이 갖는 프리미엄은 막대하다. 한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들의 약 70%가 이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투표에 나서는 체육계의 표심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역대 최다 후보가 나선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끼리의 표 분열도 가장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 체육회장 후보 난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들이 과연 모두 체육계의 개혁에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이다. 특정 인물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자신이 이 기회에 대한체육회장을 노려 볼 수 있다는 지극히 사적인 욕망을 이기지 못해 나선 후보는 없는지, 이와 더불어 단일화 전망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각 후보가 자신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이기적이고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세밀한 공약이나 준비도 없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나서는 것 또한 반개혁적이다. 이들에 대한 책임 또한 물어야 한다. 이런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고 더 나은 후보에게 집중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이 회장 대 반 이 회장의 대결 구조에 덧붙여 과거보다 더 많은 후보 속에서 진정성과 차별성을 지닌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더욱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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