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최다 판매 기종... '中 132명 사망'
수익 직결 월 가동 시간 418시간 '1위'
LCC 1위 첫 '사망 사고'로 최대 위기
김이배(오른쪽 세 번째) 제주항공 대표와 회사 관계자들이 29일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관련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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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참사를 낸 제주항공의 여객기 평균 가동 시간이 국내 타 항공사와 비교해 최대 25%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연식을 뜻하는 기령도 업계 내에서 가장 높았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촘촘한 스케줄로 여객기 가동 시간을 최대한 높여 수익을 꾀하는데 이런 전략이 기체 결함과 노후화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년 동안 LCC 업계에서 1위를 달려온 제주항공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기종 중국서 추락 132명 사망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무안=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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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태국 방콕을 떠나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다 사고가 난 7C2216편 항공기는 제주항공이 2005년 출범 이후 처음 인명 사고를 낸 여객기다. 지금까지 이 회사 여객기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승객이 목숨을 잃은 경우는 없었다.
정부가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선 가운데 해당 항공기는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737-800' 기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LCC를 중심으로 '737-800' 기종 101대가 운항 중인데 제주항공이 이 중 39대를 운항하고 있다. 보잉사 737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판매량이 높은 기종으로 꼽히지만 그만큼 사고도 잦았다. 2022년 3월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에서 추락해 132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동방항공 MU5735편이 대표적이다.
제주항공의 여객기 가동 시간도 도마에 올랐다. 29일 제주항공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기준 이 항공사의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이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355시간)과 아시아나항공(335시간)을 웃돌 뿐 아니라 진에어(371시간), 티웨이항공(386시간), 에어부산(340시간) 등 다른 LCC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항공사의 월평균 가동 시간은 총 유상 비행 시간을 항공기 운용 대수로 나눠 산출한다.
높은 가동 시간은 항공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특히 LCC의 경우 소형 항공기를 주로 운항하고 업체끼리 경쟁이 워낙 치열한 만큼 가동 시간을 끌어올려 탑승률을 높여야 원가 감소 효과, 즉 이익으로 이어진다. 현재 국내에선 업계 1위 사업자인 제주항공을 비롯해 총 9개 LCC가 경쟁 중이다. 우리보다 인구도 여섯 배나 많고 항공기가 주요 이동 수단인 미국과 함께 세계 최다 LCC 보유국이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직전 최대치인 2017년(1,013억 원)보다 68% 많은 약 1,7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썼다.
익명 커뮤니티 "기체 결함 은폐" 주장도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제주항공 서울지사에서 직원들이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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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기령도 높은 편이었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을 보면 제주항공이 등록한 항공기 41대의 평균 기령은 14.3년이었다. 항공기 등록 대수는 각각 다르지만 대한항공(11.4년), 아시아나항공(12.3년), 진에어(12.7년), 티웨이(13년), 에어부산(9.7년)과 비교해 기령이 1~5년씩 높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항공기 기령은 15년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노후 비행기로 분류하는 기령 기준을 20년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제주항공의 항공기가 과거에도 잦은 엔진 고장을 일으켰지만 이를 숨기기 급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블라인드 등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항공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제주항공이 2022, 2023년에도 엔진 고장을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축소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과거 글이 재차 관심을 끌었다.
다만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이날 사고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오늘 사고가 난 해당 항공기를) 정비 프로그램에 따라 정비했고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류 충돌 가능성도 "확인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기체 노후화 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이날 2차 브리핑에서 "계획된 일정에 맞춰서 항공기 정비를 제 때, 제 때 철저히 하고 있다"며 "계획된 정비 그리고 일상적으로 출발 전후에 이루어지는 모든 정비 등을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2011년 흑자 전환 후 고속 성장... LCC 1위
29일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랜딩기어 고장으로 착륙 도중 공항 외벽과 충돌해 폭발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당국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무안=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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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그룹의 합작으로 2005년 설립됐다. 애경그룹에서 150억 원(75%), 제주도에서 50억 원(25%)이 투자됐다. 이듬해인 2006년 6월 5일 김포~제주 노선에 취항하며 사실상 국내 LCC의 서막을 알렸다. 생활∙유통∙화학 등이 주력이던 애경그룹이 19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 이래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FSC)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며 항공 사업에 뛰어든 것. 양대 항공사 체제에서 제주 노선의 항공료가 계속 오른 탓에 지역 관광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한 제주도는 제주항공을 통해 제주 노선의 운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초창기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가격이 저렴한 탓에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LCC는 '2년 동안 국내선 2만 회 무사고 운항' 조건을 충족해야 국제선을 취항할 수 있다는 규제도 걸림돌이 됐다. 애경그룹은 2010년까지 6년 동안 유상증자만 여덟 차례를 하며 경영난을 겪는 제주항공에 1,100억 원을 투입해야 했다. 그룹 내에서도 항공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국제선 취항 규제가 폐지되고 LCC가 불안하다는 인식이 서서히 걷히며 2011년 제주항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제주항공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5년 11월 국내 LCC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18년 LCC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도 넘어섰다. 현재 제주항공은 매출(2023년 기준 1조7,240억 원), 승객 수(1,230만 명), 보유 항공기(42대) 등에서 LCC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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