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서 스파르가눔증 치료를 받은 40대 환자의 뇌에서 꺼낸 기생충의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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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이 의심됐던 환자를 정밀검사한 결과 뇌에 침투한 기생충으로 인한 감염질환으로 확인돼 치료한 사례가 발표됐다. 의료진은 환자의 뇌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기생충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박혜란 교수 공동 연구팀은 기생충 감염 스파르가눔증으로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40대 여성 환자의 병변을 정밀 진단에 이은 개두술로 치료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뇌의 염증성 병변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드문 이번 기생충 감염 증례를 미국신경학회 저널인 ‘뉴롤로지(Neurology)’에 게재했다.

스파르가눔증은 촌충의 일종인 스피로메트라라는 기생충의 알이 체내에서 유충으로 자라면서 발생한다. 이 유충을 스파르가눔 또는 고충이라 부르는데, 혈류를 통해 몸 곳곳으로 이동하며 통증을 동반하는 염증반응을 일으키지만 이번처럼 뇌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다. 감염은 주로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개구리·뱀·민물고기 등 익히지 않은 야생동물의 고기를 섭취했을 때 발생한다. 기생충이 뇌로 이동하면 두통·구토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발작, 시야 결손, 감각 이상 등 더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로 병원을 방문한 40대 여성 환자 A씨의 초기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좌측 후두엽에 불규칙한 형태의 종양성 병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병변의 상태로 보아 당시로선 뇌종양이 의심됐기 때문에 수술을 권유했지만, A씨는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자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했다. 그러나 7개월 후 다시 극심한 두통과 전신발작 증세로 병원을 방문한 A씨의 뇌를 MRI로 검사한 결과 병변이 좌측 두정엽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 또한 A씨가 과거 오염된 연못물을 마시고 날 생선과 익히지 않은 야생동물 고기를 섭취한 이력을 확인하자 의료진은 기생충 감염을 염두에 두고 추가 검사를 시행했다.

뇌척수액 검사 등 기생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검사 결과 스파르가눔증 항체가 검출되면서 스파르가눔증 진단이 내려졌다. 병변이 있는 지점의 조직을 생검한 결과에선 외부물질의 침입에 맞서 대식세포가 모여들어 덩어리지면서 생긴 염증성 육아종도 확인됐다. 의료진은 이후 개두술을 통해 살아있는 스파르가눔 기생충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하단 영상 참조).

연구진은 이 사례를 통해 스파르가눔증이 뇌에 나타나면 MRI에서 뇌종양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백선하 교수는 “영상 검사에서 병변이 이동하는 경우 기생충 감염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예방의 핵심은 오염된 물을 피하고 야생동물의 고기나 생선을 충분히 익혀 먹는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란 교수도 “스파르가눔증 감염은 치료가 지연되면 기생충에 의한 신경 손상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뇌에 침입한 스파르가눔 기생충을 의료진이 수술로 제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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