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다!" "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갓 이륙한 항공기가 새 떼와 충돌해 두 엔진 모두 멈춥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캑터스 1549! 새들과 충돌했다!"
고도가 너무 낮아 회항하기도, 근처 공항으로 가기도 늦었습니다.
기장은 한겨울 허드슨강 착수를 결행합니다.
"기장입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백 쉰다섯 명 모두 살았다고?"
"공식 기록이야. 백 쉰다섯." "백 쉰다섯…"
생전에 다시 보기 힘들 기적이었습니다.
'복은 겹쳐 오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말입니다. 반면 '화(禍)는 홀로 오지 않는다'고 하지요.
축복 같은 성탄 여행이었을 겁니다. 그 부모 형제 자식 손주를 기다리던 무안 공항은 통곡의 바다가 됐습니다.
딸 부부가 두 아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는 효도 여행엔, 몸이 아픈 아버지만 빠졌습니다.
아버지 휴대전화엔, '보물'로 저장된 어머니의 안쓰러움만 남았습니다.
세 살 늦둥이와 첫 가족 여행을 떠난 아버지는 '최고의 순간'들을 올렸습니다.
'아들 첫 여권에 도장 쾅. 재밌게 놀아준 아들 덕분에 행복.'
팔순 어른을 모신 아홉 가족, 암 완치를 자축한 홀어머니, 보름 된 신혼부부, 전-현직 군청 직원 여덟 분, 아내의 포상 휴가를 함께한 주말 부부… 얼마나 급박했기에 피붙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남기지 못했을까요.
한 해가 저뭅니다. 함께 눈물 흘리고, 손잡아 보듬어주고, 기도할 때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 가시겠습니까만, 모두가 함께, 맺힌 것을 쏟아내다 보면 새 삶을 응시하는 날도 오겠지요.
12월 30일 앵커칼럼 오늘 '비탄의 성탄 여행'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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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갓 이륙한 항공기가 새 떼와 충돌해 두 엔진 모두 멈춥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캑터스 1549! 새들과 충돌했다!"
고도가 너무 낮아 회항하기도, 근처 공항으로 가기도 늦었습니다.
기장은 한겨울 허드슨강 착수를 결행합니다.
"기장입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육중한 기체가 글라이더처럼 수면을 미끄러지듯 내려앉습니다.
"백 쉰다섯 명 모두 살았다고?"
"공식 기록이야. 백 쉰다섯." "백 쉰다섯…"
생전에 다시 보기 힘들 기적이었습니다.
'복은 겹쳐 오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말입니다. 반면 '화(禍)는 홀로 오지 않는다'고 하지요.
한 해 끝자락이 뒤숭숭하다 못해 처참합니다. 정치 파탄의 해일에 휩쓸려 다들 황망한 사이, 재앙의 해일이 들이닥쳐 마음 추스를 겨를이 없습니다.
축복 같은 성탄 여행이었을 겁니다. 그 부모 형제 자식 손주를 기다리던 무안 공항은 통곡의 바다가 됐습니다.
딸 부부가 두 아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는 효도 여행엔, 몸이 아픈 아버지만 빠졌습니다.
아버지 휴대전화엔, '보물'로 저장된 어머니의 안쓰러움만 남았습니다.
'몸은 괜찮나요. 내일 아침 도착하네요.'
세 살 늦둥이와 첫 가족 여행을 떠난 아버지는 '최고의 순간'들을 올렸습니다.
'아들 첫 여권에 도장 쾅. 재밌게 놀아준 아들 덕분에 행복.'
팔순 어른을 모신 아홉 가족, 암 완치를 자축한 홀어머니, 보름 된 신혼부부, 전-현직 군청 직원 여덟 분, 아내의 포상 휴가를 함께한 주말 부부… 얼마나 급박했기에 피붙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남기지 못했을까요.
여기까지 다다른 나라 형편을 돌아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대대행, 총리는 대행, 행안부 장관도, 경찰청장도 대행… 재난 컨트롤 타워가 온통 대행이라는 공백이 참담합니다.
한 해가 저뭅니다. 함께 눈물 흘리고, 손잡아 보듬어주고, 기도할 때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 가시겠습니까만, 모두가 함께, 맺힌 것을 쏟아내다 보면 새 삶을 응시하는 날도 오겠지요.
12월 30일 앵커칼럼 오늘 '비탄의 성탄 여행'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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