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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사설]한국호 희망 찾기, 새 정치에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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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새해를 맞는 대한민국의 처지는 칠흑 같은 어둠 속 밤바다의 작은 배 신세다. 엔진은 거의 꺼진 채 거친 파도에 이리 쏠리고 저리 흔들린다. 거센 폭풍우가 예고돼 있지만 선장은 키를 놓았고, 선원들은 패싸움에 여념이 없다. 승객들이 배를 바로 몰라고 비명을 질러도 싸움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본분을 망각한 채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은 탓이다. 승객을 ‘국민’으로, 선원들을 ‘정치인’으로 말만 바꾸면 표현에 틀린 구석이 없다.

여소야대의 극한 대치 속에서 갑진년 한 해를 갈등과 분열로 허송한 한국은 지금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강변했지만 12·3 비상계엄이 헌정사에 남긴 오욕과 충격은 나라와 기업, 국민의 일상을 단숨에 정상 궤도에서 끌어내렸다. 반(反)민주적, 비이성적 조치를 목도한 세계는 신뢰를 접었고, 글로벌 자본은 탈한국에 시동을 걸었다. 12월 3일 1402.9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7일 1487원대로 치솟은 데 이어 1500원대를 넘보고 있다.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비상계엄 후 지난 27일까지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국내 주식(코스피 시장)이 약 3조 4000억원에 달한 가운데 ‘국가 보증수표’인 국채마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들이 던진 국채는 같은 기간 총 17조 1180억원어치나 됐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하방 경고가 나온 상황에서 수치로 확인된 ‘엑시트 코리아’의 전조다. 수출액 6223억달러(올 1~11월)로 세계 6위에 오르고, 외환보유액에서 9위(4154억달러)를 마크한 한국이 졸지에 ‘위험한 나라’ 신세가 된 것이다.

시련과 도전은 더 거칠고 험난해질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20일 후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에 특급 태풍을 몰고 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한 지 오래다. 산업연구원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대미 수출이 9.3%~13.1%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협회 역시 한국의 13대 수출 품목 중 절반가량인 6개 품목이 내년에는 역성장이나 정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알리고 있다. 요동치는 환율과 위태로운 대외신인도, 수출 전선의 역풍이 외환(外患)이라면 내우(內憂)는 얼어붙은 내수와 닫히는 기업 투자다. 한경협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25년 1월 전망치가 84.6으로 전월대비 12.7포인트나 하락했다. 2020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BSI는 2022년 4월 이후 34개월 연속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역대 최장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국격을 추락시키고 국민을 위기로 내몬 주역이 국론을 갈라치고 갈등, 분열을 부추긴 정치인들이라는 점에 이의를 달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차별 탄핵과 특검 공세, 입법 폭주로 윤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야당 또한 정부·여당의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긴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면서 “한 대행의 담화 때문에 또다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치솟았다”고 말했지만 황당하기 짝이 없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고 국무위원을 대표해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호소한 것과 어쩌면 이토록 정반대 인식인가.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정치가 야수의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절망적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회개와 환골탈태가 시급하다는 죽비다. 정치인들은 결자해지의 각오를 보여야 한다. 한국의 최대 위기는 갈등과 분열을 먹고사는 못된 정치 탓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낀다면 대화와 협치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정치권의 새바람이 을사년 희망 찾기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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