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회복의 시간]②계엄·탄핵 정국에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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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헌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어느 정도 회복력을 보인 민주주의와 달리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장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머니투데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69세 미만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계엄과 탄핵 등의 과정이 시장경제를 위협했다'는 질문에 긍정한 비율이 89.6%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가 각각 34.4%, 55.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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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탄핵과 시장경제…40대의 걱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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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탄핵 정국이 시장경제를 위협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경제 활동에서 다소 멀어진 60대(85.9%)를 제외하고 40대(91.2%), 50대(90.9%), 18~29세(90.1%), 30대(89.8%) 등에서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40대는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1.3%로 50대(58.2%), 18~29세(56.6%), 30대(53.4%) 등과 비교해 높은 편이었다. 40대 남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5.7%까지 치솟는다. 경제활동을 많이 할수록 계엄·탄핵이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에 더 많이 우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계엄과 탄핵 등의 과정이 시장경제를 위협했다'고 인식한 비율은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다'(79.7%)고 응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민주주의 위기를 언급한 비율이 낮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시장경제를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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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위협을 우려한 국민들의 인식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달 3일 1402.9원(종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선포 직후 야간 거래에서 1442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안정과 혼란을 반복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우상향했고 이제 1500원대를 걱정하고 있다.
소비심리도 악화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대비 12.3포인트 하락한 88.4를 기록했다.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팬데믹 수준의 악영향을 끼쳤고, 앞으로 공개될 실제 소비와 생산 지표 등 '계엄 청구서'는 속속 우리 경제를 위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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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도 큰 상처…민주주의 위기 겪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 80%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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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을 보인 민주주의에도 상처를 남긴 건 사실이다. '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9.7%다.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가 각각 36.9%, 42.8%로 집계됐다.
'정치적 안정성이 시장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60.8%)와 '그렇다'(32.7%)를 합한 응답률이 93.5%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인식에는 연령과 지역, 이념 성향 등에 상관없이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보였지만 60대(96.6%), 40대(94.6%), 30대(94.3%)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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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진영논리'(37.0%), '사실상의 양당체제'(25.1%), '대통령 중심의 정치 체제'(19.5%) 등이 꼽혔다. 전통적인 갈등 원인이이었던 '지역주의'(10.2%)와 '세대갈등'(2.0%)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 진영논리와 양당체제, 대통령 중심의 정치 체제는 모두 정치 양극화를 가리킨다.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 거론되는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알고리즘과 관련해선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응답한 비율이 80.0%에 이르렀다.
정치적 안정성이 위협받으며 정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계엄과 탄핵 등으로 우리 사회가 잃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부 등에 대한 신뢰'라고 응답한 비율이 4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제적 안정성'(18.9%), '대외신인도'(16.8%), '국민통합'(10.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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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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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등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답한 비율은 40대 이하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40대(54.4%)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18~29세(52.2%), 30대(50.6%) 순이다. 반면 정부 등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답한 60대(29.1%)와 50대(43.1%)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60대의 경우 대외신인도(28.6%)를 잃었다고 답한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사회가 얻은 교훈으로 '민주주의 중요성'(46.3%)과 '시민의 힘'(28.3%)을 답한 비율이 높았다. 뼈아픈 역사로 기록되는 와중에도 법과 절차에 의한 민주주의 중요성과 시민 참여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다른 교훈으로는 '대통령제의 한계'(13.4%), '역사적 기억'(5.2%), '시장경제의 저력'(2.2%)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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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는 비율은 78.5%를 차지했다. '반대한다'와 '잘 모르겠다'는 응답률은 각각 13.3%, 8.2%다.
연령별로는 40대(85.8%)와 50대(83.2%)의 탄핵 찬성 비율이 높았다. 18~29세(81.3%)와 30대(81.8%)도 찬성 비율이 80%대를 기록했다. 반면 60대는 탄핵 찬성 비율이 60.7%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18~29세 여성의 탄핵 찬성률이 90.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18~29세 남성의 찬성률(72.6%)과도 차이를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4년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웹서베이(web survey)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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