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024년 12월 29일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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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여객기 추락 사고가 터졌다.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7C2216편이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화禍를 당했다.
# 랜딩기어 고장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인데, 이를 두고 다시 한번 인재人災가 터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객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사고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14년 간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터졌다 사고 여객기는 태국 방콕에서 무안으로 오던 제주항공 7C2216편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날 오전 1시 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오전 8시 30분 무안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하던 여객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하다가 정상적으로 랜딩하지 못했다. 복행(Go Around)한 여객기는 19번 활주로 방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했지만 9시 3분께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공항 외벽과 충돌한 후 폭발했다.
오전 8시 54분 관제탑이 착륙을 허가한 지 9분, 8시 59분 조종사가 메이데이(Mayday)를 선언한 지 4분만이었다.[※참고: 메이데이는 무선 전송 원격 통신에서 조난 신호(distress signal)로 쓰이는 국제적인 긴급 신호다. 통상 마지막에 도움을 요청할 때 보낸다.] 이 사고로 탑승인원 181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곤 갑론을박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이하 조류 충돌), 동체 셧다운 등 숱한 추정이 뒤섞여 있다. 사고 여객기의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참고: 비행기의 블랙박스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음성기록장치(CVR) 두가지다. FDR은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 비행경로, 엔진 성능 정보, 랜딩기어 작동 등을 기록하고, CVR은 조종석의 음성이나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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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있다. 사고 여객기와 조류가 충돌했다는 점이다. 사고 여객기의 기장은 '조류 충돌' 사실을 알린 후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사실 '조류 충돌'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발생한 조류 충돌 건수는 623건에 달했다.
2019년 108건에서 2020년 76건으로 감소했던 조류 충돌 사고는 2021년 109건으로 증가했고,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47건이 발생했다. 무안국제공항에선 2019~2024년 8월 10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했는데, 언뜻 적은 수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항공 운항편수(1만1004건) 대비 발생률은 0.09%로 14개 지방공항 중 가장 높았다.
문제는 '조류 충돌'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점이다. 2009년 미국 뉴욕 허드슨강 불시착 사고(US 에어웨이스 1549편) 이후 국내에서도 조류 충돌을 예방하는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골자는 조류 충돌을 예방‧관리할 수 있는 전문조직 기구를 만들고, 공항별로 운영 중인 '조류 충돌 대책협의회'를 전체 공항 통합대책협의회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조류 충돌 관련 대책은 공항별로 운용하고 있다. 당연히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덴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의 조류 충돌 예방 전담인원 기준이다.
문제는 이 규정 역시 제정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2022년 6월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에 적용하는 규정에 "사용 활주로마다 최소 4명의 조류 충돌 예방 인원을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게 전부다.
그 결과, 2015년 82명이었던 조류 충돌 전담인원은 2024년 100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번 사고가 터진 무안국제공항의 조류 충돌 예방인력이 4명에 불과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부실한 조류 충돌 관리 시스템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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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의 입지 요건이나 주변 환경은 감안하지 않은 채 조류 충돌 예방시스템을 운용해 왔다는 비판도 거세다.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공항 인근에 4곳의 철새도래지가 있다. 특히 공항에서 15㎞ 떨어진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 113.34㎢에 이르는 대규모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까지 조성돼 있다. 여의도 면적(2.9㎢)의 39배에 달하는 규모로 1만2000마리가 넘는 철새가 관찰되는 지역이다. 무안국제공항의 조류 충돌은 예고된 사고일지 모른다는 얘기다.
2009년 '항공기의 조류 충돌 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쓴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공항별로 조류충돌대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경향이 여전히 많다"며 "통합시스템 없는 상황에서 조류 충돌 대응책이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과 같은 큰 공항이야 인력이 많아서 괜찮지만 지방공항은 문제점이 여전히 많다"며 "조류충돌 사고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예방 시스템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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