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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신년기획] 캐즘에 갇힌 K-배터리…기술 리더십 확보로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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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캐즘'이다. 혁신 제품이 대중화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수요가 정체하는 현상이다. 캐즘 여파에 주요 완성차 업체가 줄줄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도 수요 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 불확실성도 커졌다. 중국 기업 공세도 거세다. 원가 경쟁력 확보와 제품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리더십 확보가 향후 성패를 결정 지을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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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 전시한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셀투팩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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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 캐즘 지속…中 공세 가속화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정체가 길어지면서 배터리 업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696만대로 지난 2023년(1422만대)보다 19.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시장조사기관들도 20% 안팎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5.8%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급감하며 수요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시장이 30%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력하는 유럽과 미국 시장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생산능력(CAPA)을 빠르게 확대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는 50%대 평균 가동률로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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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0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 2024년 1~10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자료=SNE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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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위기감도 고조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CATL과 BYD 합산 점유율은 39.7%에서 53.6%으로 상승했다.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진출하며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특히 유럽 시장의 수요 둔화가 두드러져 어려움이 크다”면서 “중국은 전기차 침투율이 50%를 넘어서면서 캐즘 구간을 이미 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높은 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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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서 전시한 LFP+ 배터리 (삼성S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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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책 불확실성 심화…공급망 '탈중국' 기회도

유럽연합(EU) 보조금 축소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 변화로 시장 위축도 전망된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계 실적을 지탱해온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지급이 유예되거나 축소될 경우 대규모 생산능력 증설에 나섰던 국내 배터리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정책 변화와 수요 변화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효율화하는 면밀한 '리밸런싱'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기차 수요 부진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정책 변화 가능성이 한국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는 미국의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장기적으로 AMPC 의존도를 낮추며,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격'이 중요 요소가 되면서 배터리 원가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에 강점이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선택을 받고 있다. 그동안 가격보다 성능에 방점을 둔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왔던 국내 업체들에도 LFP·미드니켈 같은 저가형 제품 개발이 발등에 불이 됐다.

미국과 유럽의 공급망 '탈중국' 흐름이 지속되는 것은 호재로 분석된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고관세를 예고했고, 유럽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그동안 현지 생산능력을 적극 확충해 온 국내 기업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럽 배터리 자립의 상징이었던 노스볼트가 파산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높다. 배터리 양산에 기술 장벽을 확인하면서 '빅5'(국내 배터리 3사, CATL, 파나소닉) 체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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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참관객이 SK온의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9% 높인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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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시장 대응·차세대 기술 혁신…투트랙 위기 돌파

국내 배터리 업계는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주력해온 삼원계(NCM·NCA) 배터리 보다 30% 저렴한 LFP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미드니켈 양극재와 셀투팩(CTP) 기술 등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폼팩터를 다변화하면서 고객사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해왔던 LG에너지솔루션은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다. 완성차 업체 사이에서 외부 충격에 강한 각형 배터리 선호도가 높아지는데 따른 대응이다. SK온도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생산 준비에 착수했다.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양산 체계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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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용 배터리 형태별 탑재량 (단위:GWh, %) - 전기차용 배터리 형태별 탑재량 (단위:GW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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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혁신도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모든 소재를 고체로 만드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현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양산 계획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로 리튬황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를 점찍고 각각 2027년과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높인 리튬황 배터리로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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