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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5 (화)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10년 전 아픔 반복되다니…새해 첫날 제주항공 유가족 어루만진 세월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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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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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11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 앞에는 조문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지었다. 그 사이로 노란색 패딩을 입은 세월호 유가족 30여명이 보였다.

노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세월호 희생자 고 권순범군 어머니 최지영씨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다른 세월호 가족들도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2024년에 발생한 또 다른 참사에 비통한 얼굴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날 아침 목포 신안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차례를 지낸 뒤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지난 10년간 지내온 신년 차례상이지만 이날 따라 가족들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에 더욱 힘들어했다고 한다.

30분 정도 기다려 분향을 시작한 세월호 가족들은 헌화한 뒤 피해자들의 영정을 하나하나 들여다 봤다. 고 정동수군 어머니 김도현씨는 “분향소에 와보니 11년 전 일이 생각나 더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제주항공 유족들이 힘을 잃지 않고 잘 버텼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 곽수인양 어머니 김명임씨는 “참사의 아픔을 알기에 미안하고 죄인이 된 마음이다. 우리가 세상을 더 바꿨어야 하는데 미흡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진윤희양 어머니 김순길씨는 “다시는 유가족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10년을 싸워왔는데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가 재발했다. 말로만 재발 방지 대책을 내지 말고 다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건강만은 해치지 말아달라. 그래야 가신 분들도 마음이 편할 수 있고 진실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활주로에 남아있는 여객기 날개가 ‘2024년의 세월호’ 같이 느껴진다는 이도 있었다. 고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지금 무안공항은 꼭 10년 전 진도체육관과의 모습과 똑같다. 비행기 꼬리가 하늘 쪽으로 서 있는 것도 세월호 선수가 떠 있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31일 먼저 이곳에 내려왔다는 문씨는 이번 참사 관련 영상도 기록하고 있다. 그는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난 10년간 세월호 유가족들의 활동을 기록해왔다. 지난해 4월 이를 압축한 다큐 <바람의 세월>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들은 대형 참사가 여러 번 반복되는데도 참사 피해자들의 권리 보장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의 아버지 장동원씨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당국에선 생존자 인원을 잘못 발표하고 시신 수습 관련 내용도 유족들에게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다. 국가의 대응이 10년 전 그대로”라고 말했다.

문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직후 정말 울고 싶었지만 충분히 울어내지 못해 늘 가슴에 응어리가 남아있다”라며 “이번 참사 유가족들에겐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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