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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2025년 첫날 北, 시진핑 신년인사 홀대… 中, 한국과 좀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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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진핑 친서 대대적 보도와 상반된 분위기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도 없이 마무리...냉랭
한국과는 다이빙 대사 부임 계기로 관계 급물살
한국일보

김정은(왼쪽 사진)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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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북중 관계가 삐걱거리는 흐름이 감지된다. 북한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연하장을 다른 나라들과 묶어 간단히 보도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원한 사이를 드러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다이빙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입국하면서 모처럼 관계 개선 훈풍이 감돈다.

'여러 국가 지도자' 중 하나로 소개된 시진핑


1일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새해 즈음 여러 나라 국가수반과 정당 지도자, 각계 인사가 연하장을 보내왔다"며 시 주석의 새해 인사 소식을 베트남, 몽골,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전했다. 특히 시 주석의 연하장은 3면에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27일과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고받은 연하장 내용을 노동신문 1, 2면에 대대적으로 실으며 내용을 소개한 것과 상반된다.

무엇보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2024년 새해 첫날 시 주석의 친서를 크게 보도하며 "조중(북중) 친선의 해를 선포한다"고 밝혔던 것과도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북한 매체는 새해 각국의 연하장 수신 사실을 공개하며 중국을 맨 앞에 두고 이어 러시아를 다음 순서로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수교 75주년을 맞아 선포했던 '북중 친선의 해'는 1년 후 폐막식도 제대로 열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중 우호의 해 관련 행사와 폐막식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직접적 답변을 피하면서 껄끄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다이빙 신임 주한중국 대사는 SNS로 적극 소통

한국일보

북한 관영언론 노동신문은 1일 신년 경축 공연이 평양의 5월 1일 경기장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오른쪽) 당 총비서가 딸 주애와 함께 참석했으며 당·정·군의 고위간부들도 대거 참석해 새해맞이 분위기를 띄웠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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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중 관계는 어색해진 북중 관계와 달리 유화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더구나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에도 위축되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입국한 다이빙 신임대사는 30일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며 공식 활동을 개시했다. 다이 대사는 이에 앞서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도 주한 외교 사절 중 가장 먼저 애도 메시지를 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계정을 개설해 한국어·중국어·영어를 섞어가며 소통 면적을 넓히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화답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다. 우리 정부는 늦어도 다음 주 내 다이 대사를 비롯해 최근 부임한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열 예정이다. 외교가에서는 12·3 불법 계엄 직후 각국과의 외교 일정이 줄줄이 취소·연기되는 와중에도 중국이 한중경제공동위 등 고위급 대화를 취소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한 것을 두고 강한 대화 의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북중러'로 구도 회피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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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戴兵)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신임장사본 제출을 위해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며 기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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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국의 태도도 다분히 전략적이다. 중국은 이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유럽 주요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불법 군사협력 관계인 북러를 지원하는 나라로 낙인찍혀봐야 이로울 것이 없다. 북한과 거리를 두고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불확실한 정치 상황에도 중국이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는 만큼 한국도 흔들리지 않고 대화를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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