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아주 보통의 하루'를 뜻하는 '아보하'라고 한다. 무탈한 보통의 하루면 족하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키워드지만 아쉽게도 '아보하'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닥쳐올 문제를 예측하고 준비해야만 누릴 수 있다.
문제는 대체로 현실이 예측을 앞선다는 점이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고, 어느 순간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닥친 인구위기가 그렇다.
2024년 12월 23일,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사회 진입 후 24년, 고령사회가 된 지 7년 만으로 세계 최단기간이다. 이것도 시작에 불과하다. 고령인구 비중은 2035년까지 매년 약 1%씩 증가해 2045년이면 37.3%로 일본을 추월해 세계 최고령국이 될 전망이다. 80세 이상 후기 고령자의 폭증도 문제다.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은 80세 이상 노인이 된다. 2000년 대비 15.8배가량 늘어나는 것인데,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증가세가 3.4배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고령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쓰나미'에 가깝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 폭풍의 서막이다.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고부담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다. 50년 후 생산연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까지 저하된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재정 부담은 날로 늘어나는데 기대수명이 1세 늘어나면 연금, 건강보험 등 추가로 필요한 급여 지출은 약 112조원 규모다. 2040년에는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지금보다 2.9세 증가한 87.2세가 될 전망이니 약 324조원의 추가 지출이 요구된다.
고령인구 증가로 역피라미드가 된 인구구조를 지탱할 힘은 경제인데,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은 그 버팀목마저 흔들어놓는 상황이다. 이를 돌파할 방법은 사회보장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사회모델'을 완성하는 것과 지속적 경제 성장을 이끌도록 '성장모델'을 혁신하는 것뿐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아 비효율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을 조정해 지속가능하면서 모두가 합리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게 '사회모델'을 혁신해야 한다. 계속고용과 연금, 장기요양, 건강보험 등의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개혁이 필수다. 다행스럽게 우리의 경우 아직 유럽처럼 고비용 사회안전망이 고착화되지 않아 유연한 개혁이 가능하다.
'성장모델'은 '사회모델'의 든든한 뒷배가 돼주어야 한다. 70만명에 육박하는 청년니트(NEET·학업, 일, 구직 등의 활동을 하지 않는 젊은 층)와 여성, 고령자 등 가용 인력자원의 활용을 최대한 높이면서 과감한 구조개편과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육성한다면 초고령사회를 지탱할 경제의 힘을 높일 수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지만 만회할 수는 있다. 포용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사회모델과 혁신적인 성장모델을 주축으로 경제·사회 시스템을 재구축한다면,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시작한 2025년 한 해에도 우리의 '아보하'는 지켜질 것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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