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정치부 차장 |
“한동훈은 ‘민심의 중앙값’ 운운하는 자신의 추종 세력에게 ‘고맙다’는 댓글로 다시 출몰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이렇게 밝혔다.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한동훈 일당들은 ‘민심의 중앙값’을 똑바로 인식하기 바란다”고 했다. 변호인단이 주장한 민심은 이렇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권한이다. 3일 국회 본회의장에 무단침입한 한동훈과 이를 도운 박주민, 이재명을 모두 계엄법 위반 공범으로 처벌하라.”
‘민심의 중앙값’은 송영훈 변호사가 국민의힘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며 밝힌 글에서 언급됐다. 송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27일 “정치적 변방에 갇히게 되는 보수가 아니라 민심의 중앙값에 대한 응답성을 높여 국민의 사랑을 받는 보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당 대표 사퇴 후 침묵하던 한 전 대표가 ‘고맙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송 변호사는 통화에서 “극단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민심의 중앙값”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내란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67.2%로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27.8%)보다 39.4%포인트 높았다. 발끈한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의 인식과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심의 중앙값’에는 차이가 크다.
문제는 국민의힘 당 공식기구가 김 전 장관 측 주장에 힘을 보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숴 (의원들을) 끌어내라”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긴 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공개된 날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민주당 지침을 종합한 결과 보고서를 공소사실로 구성한 픽션”이라고 반박한 변호인단 입장문을 당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당내에서 “당 공식기구가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란 비판이 나오자 미디어특위는 “아직 수사 결과가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K1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공수부대가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는데 무죄추정 원칙만 앞세워 ‘대통령 감싸기’에만 골똘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취임 직후 서면 취임사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고 사과했다. 다음 날 권 비대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는 따로 육성으로 하느냐’는 질문에는 “이젠 앞으로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할 때란 것이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늘어서 무릎을 꿇는 ‘무릎 꿇기 쇼’를 하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대국민 육성 사과가 미래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수도권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찾아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막아내지 못했다”며 사죄의 큰절을 올렸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야 한다는 응답이 70.4%였다. 기각돼야 한다는 답은 25.4%였다. 국민의힘이 수권 정당으로 역할을 하려면 당의 미래가 탄핵 반대 집회로 가선 안 될 일이다. 민심의 중앙값을 정확히 찾고, 민심을 나침반 삼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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