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한국재료연구원(KIMS·원장 최철진)이 개발한 'MgO(마그네시아) 방열 신소재' 기술이다. 일본 선도 기업도 해결하지 못한 기존 마그네시아 소재 모든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한 세계 유일 소재 기술이다.
한국재료연구원 안철우 박사 연구팀이 마그네시아 방열 신소재를 실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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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차 화재사고 등으로 열을 빠르게 배출하는 방열 소재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방열 세라믹 소재로는 Al₂O₃(알루미나)가 가장 많이 쓰인다. 방열 성능만 따지면 더 좋은 소재도 있지만 공정 편의와 비용 측면에서 알루미나가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상태다.
마그네시아는 알루미나보다 열전도도가 2배 높고 무게도 가볍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우선 세라믹 분말을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 온도가 약 2000도로 알루미나보다 500도쯤 높아 제조 단가가 비싸다. 또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하는 성질이 있어 일반 사용 환경에서 특성이 반감된다.
재료연은 마그네시아에 극소량의 첨가제를 추가해 소결 온도를 1400도 이하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첨가제가 마그네시아 표면에 나노결정질 복합층을 만들어 수분과 반응하는 방어층을 형성한다. 마그네시아의 치명적인 두 가지 문제를 단숨에 해결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알루미나 대안으로 마그네시아에 주목하고 2018년부터 제품을 내놨지만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가격도 더 비쌌다. 재료연이 개발한 마그네시아 신소재는 기존 장비를 그대로 사용해 비슷한 비용으로 방열 성능이 2배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알루미나를 대체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전기차,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먼저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전기차만 해도 배터리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고방열 소재 확보가 절실하다. 전기차 판매량을 기반으로 2025년 전기차 열 계면용 방열 소재 시장은 약 9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료연은 2015년부터 연구원 기본사업으로 미래형 열관리 소재 개발을 시작했다. 마그네시아 방열 신소재가 처음부터 주목받은 건 아니다. 마그네시아가 1808년 처음 개발된 이래 200년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산업계에서 알루미나에 천착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게 아니겠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신소재 연구를 주도한 안철우 재료연 박사는 당시 실패를 장려하고 연구할 기회를 끝까지 보장하는 연구원 분위기 덕에 과감하게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원에서도 200년 묵은 난제 해결에 뛰어든 연구자를 믿고 기다려주는 게 쉽지 않았을 터다. 그 결과는 원천기술 개발에서 실용화까지 속도감 있는 성과로 돌아왔다.
마그네시아 방열 신소재는 한국재료연구원 선정 '세계 1등 기술'에 이름을 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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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시아 방열 신소재는 재료연이 지금까지 선정한 12개 '세계 1등 기술' 중 11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안철우 박사 연구팀은 세계 방열 세라믹 소재 시장을 이끌 기술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 박사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임에도 대일본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아 정작 수출 결실은 고스란히 일본이 챙긴다는 의미로 '가마우지 경제'라는 말까지 생겨났는데 방열 세라믹 소재 분야에서 만큼은 우리나라가 선도국 위치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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