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 경기북부경찰청이 배포한 중요지명피의자 종합 공개수배 명단에 조규석이 실려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
범죄를 저지른 부친의 도피를 도운 자녀에게 예외적으로 처벌을 면제해주는 형법상 특례조항을 혼외자에게까지 적용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엔 법리를 오해하고, 피고인들 간 법률상 친자관계 유무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의 혼외자인 조씨는 2019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부친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국제PJ파는 호남 최대 폭력조직으로, 당시 조규석은 50대 사업가를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그는 도주 9개월 만에 잡혀 이후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조씨는 조규석이 강도치사 혐의로 도피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러 차례 만나 8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도피자금으로 제공하고, 자신의 지인들로부터 건물과 차량을 빌려 조규석이 은신할 수 있도록 도왔다. 타인 명의 휴대폰을 여러 개 건네주기도 했다.
쟁점은 혼외자인 조씨에게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형법 151조 2항은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죄를 범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친족은 8촌 이내 혈족 및 4촌 이내 인척을 가리키는데, 조씨는 조규석과는 법적으론 남남이다.
1·2심은 조씨 주장대로 해당 조항을 유추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는 게 엄연한 사실인 이상, 법률상 친자 관계가 창설된 경우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단지 사후적 인지 여부에 따라 처벌이 좌우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하급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용 대상을 명확히 친자로 한정하고 있는 법 규정을 함부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유추 적용을 허용할 경우 입법자의 의도에 반하게 되고, 적용 기준이 불분명해져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저해된다"고 짚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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