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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신년기획]K바이오·제약 미래, AI 신약개발 패러다임 대응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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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3년 연속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내년 역시 FDA 허가를 기다리는 신약이 줄을 이으면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 기술력도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신약강국 대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산 신약 중 FDA 허가를 받은 건 9개뿐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강국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후보물질 도출부터 임상시험, 인허가 등 신약개발 전주기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 부족한 인재와 노하우를 채우되 장기적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신약개발 디지털전환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신문

JW중외제약 연구진이 제이웨이브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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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신약개발, 연평균 45% 고성장 전망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의 보수적 산업 환경 속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신약개발에는 10~15년의 기간과 1조~2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AI를 활용할 경우 후보물질 발굴에는 최대 1.5년, 임상 2상 이상의 시험에는 최대 2.5년의 기간이 단축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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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영역별 AI 신약 발굴 시장 규모(자료: 마켓츠앤마켓츠, 단위: 백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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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이 같은 효과로 인해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은 연평균 45.7% 성장, 2027년에는 40억340만달러(5조8117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2023년까지 AI 신약개발 분야에 몰린 투자금액만 총 603억달러(87조5556억원)에 이르며 지난 9년 동안 약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활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 외부 전문기업 협업 등을 통해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화이자,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올해만 20건이 넘는 AI기업과 협업을 발표하는 등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여기에 AI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인실리코 메디슨은 섬유증 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타깃 검토부터 전임상 후보물질 도출까지 AI를 활용해 18개월 만에 완료된 과정을 공개했고, 이 약물은 현재 임상2상에 진입한 상태다.

◇국내 제약사 'DX 바람'…AI 활용 본격화

글로벌 추세에 맞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AI를 활용한 디지털전환(DX)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AI기업 아이젠사이언스와 손잡고 항암신약 개발과정에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적용했다. 아이젠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활용해 전사인자 저해제 기반 항암신약 개발이 목표다. 유한양행은 AI를 활용해 항암 신약을 개발 중이며, GC셀은 NK세포치료제 개발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온코크로스, 삼진제약은 아론티어 등 전문기업과 협업해 각각 신규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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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제약사별 AI 신약개발 활용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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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은 자체 AI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체 신약개발 AI플랫폼을 활용해 비만, 대사, 항암 등 8개 분야 후보물질 발굴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중 최근 비만치료 후보물질을 발굴, 본격적인 신약개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JW중외제약은 올해 독자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러버'를 통합, '제이웨이브' 플랫폼을 선보였다. 웹 포털 환경에서도 AI를 활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유효 약물을 신속하게 탐색하도록 돕는다. 선도물질 최적화를 통한 신약후보물질 발굴까지 전주기 걸쳐 활용이 가능하다.

국가 AI 신약개발 프로젝트도 올해 착수했다. 2028년까지 5년간 348억원이 투입되는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K-멜로디) 프로젝트는 데이터 이동 없이 AI 엔진만 보내 학습시킨 뒤 결과물을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2019~2021년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바이엘 등 글로벌 빅파마 10곳과 주요 대학, IT기업이 공동 추진한 멜로디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했다. 국내 역시 10여 곳의 제약사, 병원, IT기업, 연구소가 참여해 국내 최초로 연합학습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착수했다.

◇AI로 글로벌 격차 해소…인력양성·규제해소 관건

제약·바이오 분야에 AI가 주목받는 것은 산업계가 신약개발 '생산성 저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후보물질 발굴에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고,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신약개발 비용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신약개발 전 주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AI에 글로벌 빅파마가 매달리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AI 신약개발에 더더욱 집중해야 하는 것은 글로벌 격차를 가장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바이오 강국들은 수백 년간 이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많은 신약을 출시해 왔다. 긴 시간 축적한 데이터와 경험을 디지털화해 AI까지 접목, 초격차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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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2년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전문가 설문 및 결과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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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약개발 역사가 약 20년에 불과하다. 현재 국산신약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제품이 9개에 불과한 게 이를 방증한다. 결국 수 백 년의 신약개발 노하우, 전문 인력을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를 쫓아가기 위해선 AI라는 혁신 도구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AI신약개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 기술도 갖췄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전문가 설문 및 결과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기반 신약개발 수준은 미국, 유럽, 중국 다음인 4위로 평가됐다. 현재 AI신약개발 전문기업은 30개 이상이며, 이들과 제약사간 협업 사례 역시 100건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또 국내 기업이 AI를 활용해 개발한 임상단계에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도 6건이 있다. 기업 투자, 기반 기술, 정부 투자 등 산업 육성을 위한 환경은 조성돼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AI 핵심인 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제약사의 디지털전환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하지만 아직 AI 활용을 위한 정제가 안된 곳이 태반이다. 여기에 데이터 수집, 활용 등 여전히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강해 미국, 유럽 대비 활용이 어려운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김화종 한국제약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장(K-멜로디 사업단장)은 “AI는 단순히 신약개발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원천기술은 확보하기 어렵지만 이를 활용할 인재 양성과 규제개선을 통해 AI 신약개발 경쟁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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