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
일각서 “안경 씌우니 홍준표” 민원
6억 들인 동상, 대구시 공무원 노조도 반발
지난달 23일 동대구역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모습이 흡사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보수 논객 변희재 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동대구역에 있는 가짜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끌어 내려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변 씨는 “국가보훈처에 ‘박정희 동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며 “(동상에) 안경을 씌워보니까 홍준표 대구 시장이랑 얼굴이 똑같다. 홍준표 동상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동대구역에 있는 가짜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끌어 내려야 한다. 국가보훈처는 동상의 진위를 파악하고 철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동상에) 안경을 딱 씌워봤더니 (홍 시장과) 완전 똑같다. 블라인드 테스트해보자. 이게 박정희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겠냐? 홍준표 동상, 이게 말이 되냐”고 강조했다.
또 변 씨는 “경북에 있는 박정희 동상은 다 박정희 얼굴 맞다. 왜 동대구역에만 이따위로 만들었냐? 이건 홍준표 동상”이라며 “이건 박정희에 대한 모욕을 떠나서 대구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분노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달 21일 박 전 대통령 기념 사업 일환으로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해당 동상을 세웠다.
3m 높이 동상은 중절모를 쓰고 볏단을 끌어안은 채 활짝 웃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해당 동상 제작에는 총 6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 제막식 당시 홍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있으나 공에 대한 평가를 대구 시민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운동 정신, 자유당 독재정권에 항거한 2·28 자유 정신과 더불어 박정희 대통령 산업화 정신은 자랑스러운 대구의 3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상이 공개된 이후 보수층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 동대구 동상의 형상은 실제 박 대통령과 차이가 많이 난다”며 “구미의 기념관 동상이 실물과 제일 유사한 것 같은데 동대구역 거는 너무 다르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도 자신의 SNS에 “박정희 동상 철거 외치는데 이게 뭐람. 홍준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네티즌들은 동상에 안경을 그려 넣은 사진을 공유하며 “그냥 홍준표 동상이다”, “세금이 아깝다”, “박정희와 홍준표를 섞은 얼굴로 박정희 지지자들의 표를 노린 것인가”, “그래서 공무원들에게 불침번 서라고 한 것이냐” 등 비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시장은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동상 둘레석에 ‘독재자’, ‘개XX’ 등 낙서를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공무원들을 투입해 24시간 감시 중이다.
이에 공무원 사회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은 “시민 대부분이 시대착오적 동상 건립을 반대해 왔는데도 홍 시장은 동상 제막식을 강행했다”며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행정국 직원을 동원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야간 불침번 보초를 세운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연말연시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하나 지키려고 불침번 근무 계획을 세운 대구시는 각성하고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측의 반발에 대구시 행정국장은 “공공시설관리공단의 부족으로 당분간 행정국만 근무한다”며 “동상을 제막했기 때문에 방호하는 건 행정 차원에선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