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값 작년 한 해 60% 급등
동절기 한파로 난방 수요 늘어
가스관 잠근 우크라…공급 불안정
"트럼프 2기 출범 후 상승"…물가 부담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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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한파…천연가스 재고 빠르게 감소
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 시장에서 다음 달 인도분 선물 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메가와트시(㎿h)당 48.89유로로 연중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날 ㎿h당 50.53유로까지 올랐는데 2023년 11월 이후 1년여 만에 최고로 치솟은 것이다. 유럽 가스값은 1년 새 60%가량 급등했다.
유럽에서 2021년 이후 가장 빠르게 재고가 감소한 영향 탓이다. 평시보다 낮은 동절기 기온 등으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스 저장설비의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유럽의 가스 재고는 89.4% 수준으로 이는 최근 5년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전력 기업들은 겨울철에 난방 수요 증가로 인해 가스 재고 확보라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스 재고 인출로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가스 재고는 과거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나 조만간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는 시기가 도래하게 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미국의 가스 재고는 매해 마지막 5주간 평균 9% 감소해 왔기 때문에 2025년 초 가스 재고는 훨씬 낮은 수준이 될 것이며, 이는 다시 가스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2월 인도분 선물 가격 종가는 사상 최고 일간 상승률인 16% 올라 MMbtu(미국 가스 열량 단위)당 3.94달러까지 치솟은 뒤 3.54~3.69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어 가스 값 상승은 유럽에서 10월부터 익년도 2월까지 발생하는 고질적인 기후 현상인 ‘둥켈플라우테’ 여파도 있다. 햇빛과 바람이 없는 어두운 상태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이뤄진 유럽에서 풍력과 태양광 등 발전량 감소가 가스 값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평년과 달리 단순 계절성 한파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가스 소비가 높은 이탈리아와 독일 등을 비롯한 유럽의 겨울철 날씨는 지난 2년간 상대적으로 온화했으나 작년 말 수년 만에 처음으로 장기 평균보다 낮은 기온이 될 것으로 예보됐다. 유럽은 고위도와 중위도의 온도 차 축소로 제트기류까지 약화 돼 라니냐 발 북극 한파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이 겨울철 동안 극단적인 추위나 불안정한 날씨 패턴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단 얘기다.
유럽연합과 러시아 국기를 배경으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모형이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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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후 美 정체된 유럽향 LNG 수출 뚫리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에너지 위기도 가스 값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대(對)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40%에서 8% 이하로 급감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거쳐 슬로바키아, 체코 등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새해 첫날부터 전격 중단되면서 가스 값 상승에 화력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는 시장을 잃고 재정적 손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가스관을 잠그기에 앞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따라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길은 사실상 막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1월 러시아 가스프롬의 가스 수출대금 결제를 담당하는 가스프롬은행을 제재했다. 영국과 캐나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 해당 은행을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이에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중국도 대금 지불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미국에선 정체된 유럽향 천연가스 수출도 활발해져 가스 값은 더욱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신규 천연가스 수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통제를 즉각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정부 승인을 대기하고 있는 천연가스 수출 사업(5건)도 즉각 허가하겠단 방침이다. 신규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이 재개되면 수출량만 최대 40%가량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천연가스가 난방 시즌을 맞이한 상황에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수출 확대는 3달러 중반대인 헨리허브 가격의 박스권 돌파를 유도할 부분”이라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상반기까지 6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물가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예상보다 견조한 유가 흐름이 미국 물가 흐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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