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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가족 모두 잃고 나혼자 남겨졌다"…그을린 유류품 안고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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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현장 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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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2일 오후 1시50분쯤 유가족을 위한 텐트가 마련돼 있는 무안국제공항 청사 2층. 유가족 A씨(62)는 딸이 들고 온 작은 종이 박스를 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박스 안에는 지난달 29일 7C2216편 항공기에서 숨진 아내의 소지품이 들어있었다. A씨는 여권과 지폐가 든 아내의 지갑을 가슴에 껴안으며 딸들과 함께 서럽게 흐느꼈다.

또다른 텐트 안의 유가족은 여성용 핸드백을 돌려받았다. 사고 당시 불에 그을린 핸드백 안에는 희생자의 여권과 항공기 티켓, 핸드크림 등이 들어 있었다. 이날 유가족들은 버스를 타고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보관된 공항 차고지로 가 유류품을 받아왔다.



희생자 유류품, 유족 인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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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탑승객들의 가방과 캐리어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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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소방당국과 경찰, 군 당국은 참사 직후부터 수습해온 유류품을 이날부터 유족에게 인계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남긴 유품을 건네받기 위해 굳은 얼굴로 버스에 올라탔다. 유류품 보관소를 다녀온 유족들은 작은 종이박스를 품에 안고 유족 텐트로 향했다.

유족 B씨(68)는 상자를 손에 든 채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가족의 전부였던 아내와 딸을 모두 잃어 나 혼자만 남겨졌다”며 “여행을 갔던 아내와 딸 대신 돌아온 것은 여권과 지갑뿐”이라고 했다.

한 유가족은 곳곳이 깨진 여행용가방이 담긴 커다란 박스를 들고 돌아왔다. 가방에 달린 네임택에는 소유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이날 가방이나 지갑 등을 받은 가족들은 “유류품에 탄 냄새가 남았다”며 고통스러워했다.



불에 탄 핸드백·가방 보며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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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당국은 이날 소유자가 확인된 물품 200여점을 유가족에게 돌려줬다. 유류품 대부분은 희생자의 이름표가 달린 여행용 가방과 신분증·인적사항이 담긴 지갑·여권 등이다.

희생자들이 탑승 전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반환하는 절차도 준비 중이다. 현재 무안공항 주차장 B1·B2 구역에는 희생자들이 주차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수십 대가 남아 있다.

희생자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등은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주인을 찾게 된다. “희생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 증언이 다수 나온 만큼 사고 직전 기내 상황을 알려주는 내용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당국은 휴대전화 백업 등을 통해 희생자의 지인에게 부고를 알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

당국은 이날 유가족 중에서도 직계가족에게만 유류품을 전달했다. 직계가족이 인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 등 방계가족과 친척 등까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습당국 관계자는 “수사에 필요한 물품을 제외한 유류품들은 유가족에게 모두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안=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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