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경제학자 220여명 대상 설문조사
미국 경제학자들도 '부정적' 응답 60% ↑
"글로벌 침체로 미 성장..대가 치를 것"
유로존 경제학자들은 더욱 비관적
"중국향 관세 부과에 유럽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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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방 경제학자 대다수는 그의 ‘미국 우선주의’가 결국 미·유럽 성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영국·유로존 경제학자 및 전문가 220여 명을 대상으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응답자가 트럼프 보호주의의 부정적 결과를 예측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은 자국 기업에 대한 감세와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 불법 이민 금지 등으로 대표되며, 미국을 중심에 둔다고 해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노믹스'로 불린다.
하지만 미국 중심인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미국 경제학자들도 대부분은 비관론을 펼쳤다. 트럼프 2기 집권이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쳐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성장을 해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설문에 참여한 미 경제학자 중 절반은 트럼프 정책이 ‘약간 부정적’이라고 관측했고 11%는 ‘크게 부정적’이라고 봤다. ‘중립적’이라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문위원인 세브넴 칼렘리-외즈칸 브라운대 교수는 “트럼프 정책은 단기적으로 약간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희생하는 대가이며 결국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과 전 세계 모두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며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의 세계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고위 재무관리를 지냈고 현재 노스웨스턴대 교수로 있는 제니스 에벌리 역시 “트럼프의 발표 정책에는 상당한 관세와 이민 노동자 추방이 포함돼 있다”며 “두 정책 모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성장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로존 경제학자들은 더욱 비관적이었다. 응답자의 약 13%는 ‘크게 부정적'이라고 했고, 72%가 ‘약간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유로존 전문가들은 특히 이 지역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했다. 제너럴리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틴 울버그는 “독일 자동차 산업이 트럼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특히 높다”고 강조했다. ABN암로인베스트먼트솔루션의 최고투자책임자인 크리스토프 바우처 역시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은 중국의 값싼 제품을 유럽에 넘쳐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이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은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아 관세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결국 ‘2차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FT는 영국의 100여명 응답자 중 59.6%가 트럼프 정책을 ‘약간 부정적’이라고 내다봤고 30%가 ‘중립적’이라고 답했다.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영국법인의 수석 분석가 배럿 쿠펠리안은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과 가계가 장기적인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하는 ‘예측 불가능성 기계’로 작동할 것”이라며 “필연적으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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