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고기가 화폭을 채웠습니다. 탐욕스러운 고기의 숲속,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가 빵을 나눠줍니다. 그 영혼의 음식이, 적나라한 날고기와 '영육(靈肉)'의 대비를 이룹니다.
'밥이 하늘입니다.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여럿이 같이 먹는 것.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어머니가 갓 지어 따순 밥만큼 편안한 냄새가 있을까요.
'밥 냄새는 구수하다. 뜸 드는 밥솥 곁에서 평생을 사신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나의 예수여!'
늦은 퇴근길, 시인이 버스를 기다리며 집 밥 냄새에 설렙니다.
'아내는 더운 밥 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살아 있음이여. 가슴 뛰는 기쁨이여…'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었고, 불타는 마을에서는 밥 짓는 냄새가 났다.'
정초 무안공항 활주로에 떡국이 올랐습니다. 처참한 잔해 앞에 차례상을 차려 찬술 한잔 바칩니다. 마르지 않는 울음이 터집니다.
김밥 호떡 우유 술 그리고 아이들 과자… 울타리 아래도 음식과 꽃, 편지가 빼곡합니다.
요리 명장 안유성 씨는 김밥을 말아 왔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제 전복죽 천 명분을 들고 다시 찾았습니다.
대구에서 곰탕 3천 그릇을 싣고 온 분도 있습니다. 참사 소식을 듣고 솥에 물부터 끓였답니다.
주차장엔 전국에서 온 밥 차, 간식 차들이 들어찼습니다. 익명의 음식 배달은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꽁꽁 언 가슴들을 따순 밥으로 녹여 줍니다.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雪原)인데…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돕고 나누고 부축하는 이름 없는 행렬이, 거기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허한 가슴까지 어루만져 줍니다.
1월 2일 앵커칼럼 오늘 '따순 밥, 언 가슴을 녹이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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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하늘입니다.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여럿이 같이 먹는 것.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어머니가 갓 지어 따순 밥만큼 편안한 냄새가 있을까요.
'밥 냄새는 구수하다. 뜸 드는 밥솥 곁에서 평생을 사신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나의 예수여!'
늦은 퇴근길, 시인이 버스를 기다리며 집 밥 냄새에 설렙니다.
'아내는 더운 밥 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살아 있음이여. 가슴 뛰는 기쁨이여…'
4년 전 나온 시입니다.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 이 어두운 시간을 극복하려는 안간힘입니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었고, 불타는 마을에서는 밥 짓는 냄새가 났다.'
정초 무안공항 활주로에 떡국이 올랐습니다. 처참한 잔해 앞에 차례상을 차려 찬술 한잔 바칩니다. 마르지 않는 울음이 터집니다.
김밥 호떡 우유 술 그리고 아이들 과자… 울타리 아래도 음식과 꽃, 편지가 빼곡합니다.
무안군 여성 농업인들은 참사가 터진 그날 떡국 3천 명분을 챙겨 달려왔습니다.
요리 명장 안유성 씨는 김밥을 말아 왔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제 전복죽 천 명분을 들고 다시 찾았습니다.
대구에서 곰탕 3천 그릇을 싣고 온 분도 있습니다. 참사 소식을 듣고 솥에 물부터 끓였답니다.
주차장엔 전국에서 온 밥 차, 간식 차들이 들어찼습니다. 익명의 음식 배달은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꽁꽁 언 가슴들을 따순 밥으로 녹여 줍니다.
봉사자들은 어제 하루만 천5백 명이 몰렸습니다. 분향소엔 줄이 1킬로미터나 늘어섰습니다. 겨울밤 간이역 대합실처럼, 묵묵히 슬픔을 보듬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雪原)인데…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돕고 나누고 부축하는 이름 없는 행렬이, 거기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허한 가슴까지 어루만져 줍니다.
1월 2일 앵커칼럼 오늘 '따순 밥, 언 가슴을 녹이다'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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