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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중에서도 아무나 흉내 내기 어려운, 아주 전문적인 이 두 직종으로 인해 요즘 대한민국이 혼란스럽다. 한 곳은 대학 신입생 증원 반대로, 한 곳은 2024파리올림픽을 전후로 스포츠팬의 질타를 받고 있는 대한체육회의 문제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 시절이던 1998년 어느 날. 대한민국 체육계가 뒤집어졌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과 고교, 대학의 감독 10여명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입시비리 혐의였다. 당시 아이스하키는 실업팀 1개(한라)와 5개 대학팀, 그리고 8개 고교팀이 있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아이스하키 지도자가 옥고를 치렀으니 그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재판에서 밝혀진 사실은 대학 입시에 많은 돈이 오가고 있다는 것. 사실 그때는 아이스하키뿐만 아니라 야구, 축구, 농구 등 거의 전 종목에서 선수 스카우트에 금전이 오갔다. ‘어떤 선수가 얼마를 받고 어느 대학에 간다’는 뉴스가 특종이었다.
그 사건 이후 교육부는 입시비리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체육특기생들은 대학 진학 시 체육 관련 학과로만 가도록 하는 조치였다. 반발을 막기 위해 체육과 정원까지 늘려줬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음악특기생은 음대, 미술특기생은 미대를 가는데 체육특기생이 왜 법대, 상대를 가느냐”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래서 99학번부터 다양한 전공을 택하는 운동선수가 사라졌다.
그 결과는 어떤가? 일선 학교에서는 아예 운동부는 기피 대상이 됐다. 초등학교 때 취미로 시작한 운동도 어느 시점이 되면 대학 진학을 위해 그만두고 있다. 특히 급증한 체육학 전공자로 인해 대학 졸업 후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자 막일을 하는 선수 출신 대졸자가 수두룩하다.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일부는 교사의 길을 걷기 위해 임용시험을 준비하느라 30세가 넘도록 도서관을 오간다.
나는 당시 교육부가 잘못된 정책을 선택했다고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제화와 선진화를 주도했던 스포츠가 시들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는 아직도 운동선수의 입학에 눈을 감고 있다.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들이 스포츠 선수들의 입학에 우대점을 주고 있다. 스포츠 활동과 학업을 병행한 선수들에게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변호사이면서 뮌헨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였다. 지금의 우리 제도로서는 안세영 같은 선수가 바흐 같은 인물로 성장할 수 없다.
공부선수와 운동선수만이 존재하는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다. 의대 교수는 증원을 반대하는데 체대 교수는 침묵하고 있다. 뭔가 크게 잘못됐다.
성백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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