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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킬러 앱 없는 1년…애플 비전 프로의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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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2024년 2월 2일, 대중의 큰 기대 속에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출시했다. 이 제품이 VR(Virtual Reality) 혹은 MR(Mixed Reality)을 주류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3,499달러(국내 출시가 499만 원)라는 높은 가격과 미국 외 다른 국가로의 점진적인 출시로 인해 대중적 채택은 낙관적인 전망에 불과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비전 프로의 판매량은 50만 대 미만으로 추정된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첫해 판매량에 대해 비슷한 추정을 내놨지만, 애플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IDC의 디바이스 및 디스플레이팀 리서치 디렉터 라몬 라마스는 “이 수치가 엄청난 성과는 아니다. 비전 프로가 더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하려면 애플의 다른 1세대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디서든 시작해야 하는 법이고 애플은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UI와 디스플레이 측면에서는 매우 잘 해냈다. 이 제품을 실패작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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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Stock /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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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과 부족한 활용례 같은 단점이 있지만 비전 프로와 애플의 AR/VR(Augmented Reality/Virtual Reality) 전략을 성급히 평가절하하기엔 아직 이르다. 라마스는 “애플은 매우 빠르게 개선하고 반복 개발하는 기업이다. 2세대 또는 3세대 비전 프로가 출시되면 현재 기기가 구식으로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매년 2억 대 이상 판매되는 아이폰에 비하면 비전 프로 판매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이패드, 맥북, 애플 워치 등 애플의 다른 제품도 연간 수천만 대씩 팔리고 있지만, 이들은 이미 확고히 자리 잡은 제품이다. 반면 AR/VR 기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IDC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10억 대 이상 판매되었다면, AR/VR 기기는 약 680만 대가 판매됐다. IDC는 2024년에는 약 970만 대의 AR/VR 기기가 판매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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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C는 향후 몇 년 동안 AR/VR 기기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I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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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너의 신기술 및 트렌드팀 책임 애널리스트인 투옹 응우옌은 대중적 채택이 이루어지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며 “몇십만 대의 비전 프로 판매량은 충분히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긴 여정의 훌륭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비전 프로의 성장통


비전 프로 출시 당시 리뷰어들은 이 기기가 뛰어난 엔지니어링 성과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정기적으로 사용하기엔 어려운 몇 가지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부족, 짧은 배터리 수명, 목에 부담을 주는 무게, 그리고 가장 큰 걸림돌인 높은 가격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은 비전 프로를 주류 기기가 아니라 미래 컴퓨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기로 평가했다.


출시된 지 거의 1년이 지난 현재, 비전 프로는 여전히 뚜렷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핵심적인 활용례도 명확하지 않다.


리서치 회사 테크스포넨셜(Techsponential) 회장 애비 그린가트는 “애플 비전 프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많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충족할 킬러 앱이나, 사용자가 ‘비용이나 편안함은 잊어버리고 이 기기를 반드시 가져야겠다’라고 느끼게 할 만한 앱 세트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플랫폼이란 원래 그렇게 진화하는 것이다. 비지칼크(VisiCalc)나 엑셀도 첫날부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헤드셋의 잠재적 활용례를 제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활용례는 엔터테인먼트다. 비전 프로는 몰입감 있는, 하지만 고립된 엔터테인먼트 경험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애플은 사용자가 헤드셋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앱과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2024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주요 업체의 네이티브 앱이 부재한 상황에 HBO 맥스와 디즈니+만 지원된다. 개발자를 플랫폼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린가트는 “애플 비전 프로를 위한 놀라운 엔터테인먼트 경험이 이미 제공되고 있지만, 대체로 비교적 짧은 콘텐츠에 그친다. 아직까지 사용자가 좋아하는 NBA나 NFL 팀의 경기를 50야드 라인석에서 관람할 수 있는 구독형 스포츠나 음악 콘텐츠는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용 앱 보급이 더딘 속도로 진행되면서 일부 업체는 비전 프로 앱 제작을 꺼리고 있다. 모바일 및 AR/VR 앱에 중점을 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놈텍(Nomtek)의 제품 전략 및 성장 부문 책임자 얀 솔레키는 “많은 기업이 플랫폼의 성과를 지켜보면서 서두르지 않고 있다. 비전 프로를 고려했던 여러 명상 앱 개발업체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우리에게는 이 플랫폼에 맞는 사용자 기반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개발을 보류했다”라고 전했다.


동영상 및 가상 환경 외에도 비전OS 2.0 업데이트에서 주목할 만한 기능은 오래된 사진을 ‘공간적’ 3D 이미지로 변환하는 기능이다. 비교적 간단한 추가 기능이지만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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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비전 프로에 대한 관심은 출시 즈음 최고조에 달했다가 이후 평준화됐다.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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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일반적으로 VR이나 MR 기기의 주요 활용례로 꼽히지만, 애플은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시선 추적 및 손동작 입력 기능은 일부 작업에는 적합하지만, 대부분 게임은 컨트롤러를 필요로 한다. 비전 프로는 하드웨어 지원이 부족해 제약을 받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니와 협력해 플레이스테이션 VR 핸드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개인 생산성 향상도 또 다른 잠재적 활용례로, 애플이 마케팅 자료에서 강조해 온 분야다. 비전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업무용 앱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와 함께 애플의 자체 생산성 도구들이 포함된다.


최근 몇 달간의 비전OS 업데이트를 통해 비전 프로 헤드셋은 맥북과 함께 사용하기에 더욱 편리해졌다. 이 업데이트에는 블루투스 마우스를 연결하거나 가상 환경에서 맥북 키보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다. 또한 와이드스크린 모드가 제공되며, 비전OS 2.2 버전에서는 울트라 와이드스크린 옵션도 추가됐다.


그린가트는 “비전 프로로 볼 수 있는 공간 전체에 창을 배열해 실제 공간에서 마치 6개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기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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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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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3lb(590g)의 무게는 기기를 오랜 시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서드파티 제조업체가 개발한 교체형 헤드 스트랩이 이를 어느 정도 완화해 줄 수 있다.


그린가트는 안나프로(Annapro)와 의료기기 제조업체 레즈메드(ResMed)가 제공하는 옵션을 언급하며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도 가장 큰 개선을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옵션조차 “얼굴에 상당히 무거운 컴퓨터를 부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이것이 현재 이 기기의 가장 큰 제약이다. 장시간 착용하기에 가장 편안한 장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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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프로는 비전 프로용 AVP 스트랩이 안면 압력을 약 60%~9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ANNA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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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게와 관련한 불편은 모든 MR 헤드셋에 적용되는 문제다. 비전 프로의 인터페이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린가트는 “가격과 무게가 확실히 장애물로 작용하지만, 애플 비전 프로가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어떤 제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라고 강조했다.


애플, 기업을 겨냥하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기업용 도구로도 간주하며 협업, 직원 교육, 그리고 현장 근로자를 위한 원격 지원 등의 용도로 유용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응우옌은 “애플이 과거에 출시했던 다른 제품들보다 초기 단계에서 기업 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시장에서 예상보다 낮은 관심을 확인한 놈텍은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앱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솔레츠키는 “애플이 초기부터 전략을 바꿔 기업 고객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 전략에 따라 놈텍도 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놈텍은 비즈니스 중심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예를 들면, 항공기 제조기업의 유지보수 기술자를 위한 단계별 안내 및 교육을 제공하는 비전 프로 앱 개발이 대표적이다. 또한 솔레츠키는 한 건축 자재 제조기업이 전 세계 수백 개 공장에서 기계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비전 프로 앱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전OS 2.0의 출시로 기업용 API 세트가 추가되면서 잠재적인 기업 활용례가 확대되었다고 솔레츠키는 덧붙였다.


애플에 따르면, 한 API는 주요 카메라 피드에 대한 접근을 열어 생산 현장에서 불량 부품을 감지하는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다른 API는 QR 코드 스캔 및 감지를 지원해 창고 직원이 핸드헬드 스캐너 없이도 패키지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개발자는 이제 비전 프로의 프로세서 기본 제한을 초과해 더 높은 요구 사항을 처리할 수 있다. 가령 레이싱 카의 고해상도 혼합현실 디스플레이를 렌더링하는 것과 같이 더 까다로운 시나리오를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사용은 배터리 수명을 줄이고 팬 소음을 증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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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를 통해 팀즈 사용자는 자신의 페르소나로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Micro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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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 기기 관리 기능이 기능이 추가되면서 기업이 여러 대의 비전 프로 헤드셋을 배포하는 것이 더 쉬워졌으며, 사용을 관리하고 제한할 수 있는 매개변수도 더 많아졌다. 솔레츠키는 “놈텍은 이런 기능을 항공사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으로 구현하려고 한다. 사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승인된 앱만 접근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다 일반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비전 프로의 출시는 MR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솔레츠키는 “실제 판매량과 관계없이 비전 프로는 XR 업계 전체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전 프로로 무언가를 구축하고 싶다고 찾아온 한 회사는 과거에 홀로렌즈(HoloLens)를 사용해 봤지만 만족하지 못해 중단했었다. 그러나 이제 애플이 비전 프로를 출시하면서 다시 시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XR 헤드셋에 다시 한 번 흥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채택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DC가 미국 기반의 AR/VR 기기 구매를 담당하는 IT 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약 1/3만이 비전 프로 도입에 관심을 보였다.


IDC 수석 애널리스트이자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루이스 워드는 2024년 Computerworld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비전 프로가 미국 전역의 일반 기업에서 꼭 필요한 기기로 만들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과 의료 같은 일부 산업 부문은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트너의 응우옌은 “기업의 관심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입하도록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 첫째는 가격이고, 둘째는 콘텐츠다. 이 기기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라고 언급했다.


비전 프로가 시작이라면, 다음은 무엇일까?


비전 프로가 출시되자마자 후속 기기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사용자의 눈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아이사이트(EyeSight)와 같은 고급 기능을 제거한 저가형 모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저렴한 모델은 ‘킬러 앱’이 등장하기 전까지 더 넓은 사용자층 및 개발자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응우옌은 “애플이 더 저렴한 모델을 출시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채택을 얻으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애플이 경량 AR 글래스를 개발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는 애플과 다른 기업들에게 성배로 여겨지는 목표다. 하지만 메타의 프로젝트 오리온(Project Orion) 프로토타입처럼 애플의 AR 글래스도 출시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비전 프로의 존재와 애플의 시장 진입은 더 넓은 혁신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린가트는 “경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라며, 메타 CEO 마크 주커버그가 자사 기기를 비전 프로의 더 저렴한 대안으로 적극 언급한 점을 지적했다.


구글도 최근 안드로이드 XR(Android XR) 운영체제를 발표했다. 이는 2025년 출시될 삼성의 새로운 헤드셋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 기기와 OS는 애플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 유사하며, 혼합현실 패스스루와 멀티스크린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XR은 AI 활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애플 역시 혼합현실 헤드셋에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통합할 가능성이 있다.


응우옌은 “경쟁 환경은 혁신을 촉진한다. 이는 제품, 솔루션, 제공 내용을 개선할 기회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비전 프로가 시장에 꼭 필요했던 활력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비전 프로의 발표와 출시는 의미 있는 채택 증가를 위한 조건을 만드는 데 몇 걸음 더 다가가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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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w Finneg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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