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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관저 접근, 경내 진입, 1·2차 저지선 뚫었지만…200명 경호벽에 막혀 6시간 만에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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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긴박하게 이어진 ‘윤석열 체포 디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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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관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경찰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배치돼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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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칩거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시도됐다가 무산된 3일 이른 새벽부터 오후까지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6시 이전부터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제1고가차도 부근에는 서울경찰청 소속 약 45개 기동대 약 3000명이 모여들었다. 버스도 135대 배치됐다. 인근에 몰려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나 윤 대통령 처벌을 촉구하는 이들이 관저로 몰려들어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자 중에는 ‘체포를 온몸으로 막겠다’며 현장에서 밤을 샌 사람도 있었다.

오전 6시 14분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서는 공수처 수사관들이 차량 5대에 나눠타고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사흘 만에 집행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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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을 태운 차량이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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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18분쯤 공수처 수사관들이 탄 차량이 관저 인근에 근접했다. 이들이 관저 인근에서 잠시 대기한 사이 경찰 수사관들이 합류했다. 체포영장 집행에 투입된 수사관은 공수처 30명,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120명 등 총 150명이었다. 경찰과 공수처는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함께 수사하고 있다.

경찰과 공수처 수사관들은 대통령경호처가 정문 앞에 세워둔 철제 바리케이드와 미니버스에 막혀 있다가 오전 8시 2분쯤 관저 경내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관저 경내로 진입한 공조본 수사관은 공수처 30명, 경찰 50명 등 총 80명이었다.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수사관들이 경내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관저 인근에서 연 집회도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대형 북소리를 울리면서 “공수처 수사관들을 막아서야 한다”고 외쳤다. 사회자는 “경찰 기동대 버스가 세 겹씩 깔린 것을 봐라. 공수처와 경찰이 작당해서 윤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는 것”이라며 “집회 참여한 분들이 결연한 의지로 여론을 뒤집자. 윤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고, 체포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대통령 복귀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반대한다!” “경찰은 공수처 수사지휘 거부하고 돌아와라!” “경호처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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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이 중지된 3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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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 집행 시작”…경호처와 대치 벌어져


공조본 수사관들의 경내 진입에 성공한 직후인 오전 8시 2분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하지만 체포영장 집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언덕 위 관저 건물로 향하는 도로에는 미니버스가 주차돼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군에서 파견된 경호부대원들이 수사관들을 가로막으로 대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들과 공조본 수사관들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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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관들이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로 진입한 다음 경호처 인력에 가로막혀 대치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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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본 수사관들은 1차 저지선과 2차 저지선을 차례로 통과해 오전 9시 30분쯤 윤 대통령 관저 건물에서 200m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경호처 직원들과 대치했다. 공조본 수사관들은 현장에 나온 경호처 차장에게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호처 측은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경호구역”이라는 박종준 경호처장의 입장을 내세우며 수색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힌 박 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4일 경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공조본과 경호처가 대치하는 사이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속한 김홍일·윤갑근 변호사가 도착해 관저 경내로 진입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언론에 “불법·무효인 영장 집행은 적법하지 않다”며 “현재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영장에 대한 이의절차가 진행 중으로 불법적인 영장 집행 과정의 위법 상황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조본은 결국 윤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오후 1시 30분쯤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했다. 공조본은 “금일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조수사본부는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공조본 수사관들은 긴박하게 나섰던 오전의 모습과 달리 터벅터벅 걸어 내려왔다. 공수처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관저 200미터 이내까지 접근했고 그 상황에서는 일단 버스나 승용차 등에서 10대 이상이 막은 상태였다”며 “그 상황에서 경호처 직원 등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 집행 인원보다 경호처 인원이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관저 밖에서 집회를 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집회 현장은 축제를 연상케 하며 열광적인 분위기를 냈다. 지지자들이 대규모로 모이면서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넘어올 수 있는 육교는 긴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자 집회 현장에는 성조기나 ‘위헌적 탄핵 반대’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판매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조본은 “경호처의 위법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완료하지 못했다”며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경호처장 및 차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내일까지 출석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 집행은 중지 상태”라며 “재집행은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상황 관련된 부분은 모두 채증됐다”라며 “관련 조치도 추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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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관저를 떠나고 있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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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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