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차 변론 준비 기일서 밝혀
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 주재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회 변론 준비 기일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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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혐의 등을 이유로 탄핵을 소추한 국회가 3일 헌법재판소에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탄핵 사유에서 빼고, 비상계엄의 헌법 위반 여부에만 집중해 탄핵 심판 심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측은 “이번 탄핵 심판은 내란죄 성립을 토대로 한 것인데,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탄핵소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이날 헌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두 번째 변론 준비 기일에서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겠다”며 “내란 혐의의 유무죄 판단은 형사 법정에서 진행되고 입증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이 “내란죄에 대한 증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자, 헌재는 국회 측에 추가 서면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내란죄를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는 이르면 오는 14일부터 진행되는 정식 변론 기일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담긴 내란죄를 임의로 배제한다면, 심판 절차의 적법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한다. 법에는 탄핵 사유 철회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 사유를 변경하려면, 국회 의결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고 했다. 여당 한 관계자는 “탄핵 사유의 핵심인 내란죄를 빼 윤 대통령을 최대한 빨리 파면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래픽=송윤혜 |
◇내란죄 빼면 계엄 위헌 여부로만 심판… 與 “절차 위법”
국회가 지난달 14일 통과시킨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권을 남용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 폭동하는 내란죄를 저질렀다” “윤 대통령의 행위는 형법의 내란죄, 직권남용죄 등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다.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로 내란죄를 명시한 것이다. 이런 핵심 탄핵 사유를 국회 측이 철회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탄핵을 주도한 야당이 재판 속도를 앞당기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국회 측은 이날 탄핵 심판 변론 준비 절차에서 “(윤 대통령이)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면서 “헌법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 위반에 대한 사실관계로 다투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이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다투지 않고, 탄핵 여부를 가를 헌법 위반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형법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증인과 증거가 있어야 하고 입증할 부담도 커진다. 단순히 위헌성을 따지는 것보다 심리 기간이 몇 배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내란죄는 형법상의 범죄이지 헌법상 범죄가 아니다”며 “국민의 관심사도 내란이 있었느냐이다. 실질적으로 내란죄를 평가하지 않고 탄핵 여부만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계엄 해제 후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의 덫을 씌우고 그 프레임하에서 여론을 이끌어왔다”면서 “국회 측이 (탄핵 사유를) 필요하면 넣었다가 뺐다가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비상계엄은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내란죄를 빼버리면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다”고도 했다.
국회 측은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철회하는 것이, 내란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형사소송이 아닌) 헌법재판의 절차에 맞춰 다투고 입증할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재차 설명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국회 측에 내란죄 관련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했고, 향후 정식 변론 기일에서 내란죄를 탄핵 심판 대상에서 제외할지 결정할 전망이다.
내란죄 철회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큰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재판부 권유로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니 이런 황당한 진행도 있나”라며 “내란죄는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이었음에도 재판부가 직접 철회를 권유했다는 것은 ‘탄핵 인용’이라는 예단을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변론 준비 절차에서 재판관이 직접 철회를 권유하는 상황은 없었다.
주 의원은 또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은 ‘탄핵소추서’에 나온 내용을 모두 합쳐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핵심 탄핵사유가 철회됐다면, 국회의 새로운 결의가 필요하다는 헌법상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4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반면 국회 소추인단에 참여한 민주당 인사는 “헌재에서 내란죄 입증을 위해 시간을 많이 쓸 필요가 뭐가 있겠나”라며 “(계엄 선포가) 헌법에 위반하는지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지, 형사 법정처럼 복잡하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탄핵 심판의 성격에 맞게 일부 조정하는 것뿐이라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탄핵 요건을 완화하면 언제든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로 탄핵심판 준비 절차를 종결하고, 오는 14일 오후 2시에 첫 정식 변론 절차를 열기로 했다. 헌재는 14일을 포함해 16일, 21일, 23일, 다음 달 4일 등 다섯 차례 변론 기일을 미리 정해 공지했다. 설 연휴가 있는 1월 마지막 주를 제외하면 주 2회씩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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