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6 (월)

[단독]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 엉터리로 운영됐다 [세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주항공·무안군청 ‘나몰라라’

헤럴드경제

31일 오후 전남 무안 무안국제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항로에 근접한 청계면 지역에 새가 날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에 대해 당국은 새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무안)=박지영 기자] 무안국제공항이 운영하는 조류충돌예방위원회(위원회)가 그간 졸속으로 운영된 사실이 4일 확인됐다. 관할 지자체인 무안군청은 물론이고 무안공항에 취항하는 제주항공을 비롯한 항공사 관계자들도 회의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사고)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위원회가 존재 이유를 상실한채 유명무실했던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9일 열린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해야 하는 무안군청 환경과 과장은 작년 7월과 12월 두 차례 열린 위원회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안군청 환경과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 업무가 중복되거나 하면 참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작년 2차례 회의에 모두 참석을 못 했다”며 “과장이 참여해야 한다고 정해진 건 아니고, 담당자가 들어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규정에는 환경과 과장이 참석한다고 돼 있는데 이 부분과도 배치되는 설명이다.

이번 참사의 해당 항공사인 제주항공, 그리고 중국동방항공 관계자도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위원인 대한수렵협회(현 야생생물관리협회)도 마찬가지다. 협회 광주전남지부는 “무안공항으로부터 회의에 참석하라는 공문조차 받은 적 없다”고 했다. 심지어 이 단체의 이름은 13년 전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헤럴드경제

올해 1월 개정된 무안국제공항 공항운영 규정에 적시된 조류충돌예방위원회 구성 명단. [무안국제공항 공항운영 규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작년 1월 18일 자로 개정된 무안국제공항 공항운영규정에 따르면 위원회에는 ▷한국공항공사 무안공항장 ▷무안군청 환경과장 ▷무안공항출장소 항공정보실 실장 ▷무안공항 경찰분실 과장 ▷한국공항공사 무안공항 시설부 부장과 대리가 참석해야 한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대한항공 ▷동방항공 ▷제주항공 ▷하이에어가 참여하게 돼 있다. 대한수렵협회(현 야생생물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 총무도 위원 중 한 명이다.

공항 운영규정에도 위원회 운영이 적시돼 있다. 사실상 부실 운영을 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원으로 포함된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여기서 10년 동안 일했는데 공항으로부터 위원회에 참가하라는 공문을 받은 적도,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을 인수·인계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 규정에 적시된 협회 이름조차 13년 전인 2012년 개칭됐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무안공항이 아니라 광주공항 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무안공항은 종종 협회에 조류 충돌 예방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한다. 2018년 무안공항과 MOU를 맺어, 공항의 요청이 있을 땐 공항 내부에도 들어가 자원봉사 격으로 조류 충돌 예방 활동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분기에 한 번꼴로 이러한 요청을 무안공항이 보내왔는데, 지난해는 한 번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같은 기간 조류 충돌 예방 실적은 줄었다. ‘2024년도 하반기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 개최 결과’ 문건에 따르면, 조류 포획 및 분산 실적은 2023년 9335마리에서 지난해 7991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버드 스트라이크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들이 적절히 이뤄졌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