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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언제 '삶이 의미 있다'고 느끼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46%[여론 속의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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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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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끊임없는 어려움과 불안을 마주한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불안 속에서 삶의 행복을 느끼고 의미를 발견하며 나아간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2024년 11월 22~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행복의 결정요인과 그것이 삶의 의미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스스로 행복하다 평가 42%..."올해 더 행복해질 것"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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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11점 척도(0점 전혀 행복하지 않음 ~ 10점 매우 행복함)로 물어본 결과, 10점 만점 중 7점 이상, 스스로 행복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46%로 절반을 넘지 못한다. 보통(4~6점) 정도인 사람이 42%로 뒤를 잇고 불행하다고 평가하는 사람(0~3점)은 1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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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 비교할 때는 어떨까? 주변 사람들과 비슷하게 행복하다는 사람이 45%로 가장 많은 가운데, 주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사람(35%)이 덜 행복하다는 사람(20%)보다 많다.

주관적 행복도와 상대적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비슷하다. 소득 및 주관적 계층인식이 낮을수록, 그리고 친밀한 지인 수가 적을수록 주관적·상대적 행복도 함께 낮아진다. 한편 혼인상태별 주관적 행복도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행복하다 53%), 사별(41%), 미혼(38%), 이혼(29%) 순이고 상대적 행복도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주변보다 더 행복하다 43%), 사별(40%), 미혼·이혼(각 24%)으로 나타나 배우자의 유무 또한 행복도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된다.

주관적 행복과 상대적 행복 간에도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는데, 주관적 행복도가 낮을수록 상대적 행복도도 낮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하 행복집단) 중에서는 64%가 ‘주변보다 행복’한 반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하 불행집단)에서는 85%가 ‘주변보다 덜 행복’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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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72%)이 2025년에 2024년보다 더 행복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명 중 7명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은 희망적이지만, 주관적 행복과 상대적 행복 수준에 따라서도 기대감의 차이도 크다. 행복집단이 불행집단보다 올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긍정 평가가 48%포인트 높고 주변 사람들보다 행복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긍정 평가가 41%포인트 높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느냐, 막연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더 즐기느냐는 삶의 방향성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조사 결과, '미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18%,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40%이다(둘이 비슷하다 43%).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특히 행복집단은 54%가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불행집단은 ‘현재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35%, '미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36%로 엇비슷하다. 삶에서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더 희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불행집단은 경제 정치 문제 민감, 행복집단은 환경 안전 사회구조 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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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들 중 사람들은 앞으로 벌어질 불확실한 상황에 불안감을 가장 많이 느낀다. 10명 중 4명이 노후생활(불안하다 42%)과 나의 미래(40%), 죽음(32%)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적 상태(42%), 신체적 건강상태(35%) 또한 적지 않은 사람이 불안을 느낀다.

다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러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들에게 가장 불안한 것은 노후생활(27%)과 경제적 상태(24%)이고 가족관계(8%)와 인간관계(8%)와 같이 관계 측면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적다. 반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모든 문제에서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10명 중 9명이 경제적 상태(89%)와 노후생활(87%)에 대해 높은 불안을 느낀다. 불행집단 내에서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하는 가족관계(48%)와 인간관계(55%)의 불안 수준도 낮지 않다.

두 집단을 비교하면, 행복집단보다 불행집단의 불안도가 평균 55%포인트 더 높다. 격차가 가장 큰 항목은 경제적 상태(65%포인트 차이)와 정신적 건강상태(64%포인트), 전반적인 상태(62%포인트)이다.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불안감도 확인해 보았다. 사람들은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10명 중 5명 이상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 특히 마약 문제(70%)와 환경문제(70%)에 가장 높은 불안을 느끼고 뒤이어 고용 및 노동 불안정 문제(69%), 저출산·고령화 문제(68%), 경제문제(67%)가 주요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주관적 행복도와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간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불행집단이 경제적 안정성과 정치적 문제에 더 민감한 반면, 행복집단은 환경과 안전, 사회구조 문제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불행집단의 불안도는 경제문제(88%), 고용 및 노동 불안정 문제(81%), 정치문제(74%) 순으로 높고, 행복집단은 환경문제(74%), 마약문제(72%), 저출산 고령화 문제(72%) 순으로 높다. 두 집단 간에는 사회 전반과 경제문제의 불안도에서 25%포인트의 큰 격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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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이 삶에도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평소 자신이 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삶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전체의 49%이다. 행복집단 중에서는 78%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느끼고 부정적 응답은 단 1%인 반면, 불행집단 중 자신의 삶에 의미를 느낀다는 응답은 21%,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3%에 달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 '삶이 의미 있다'고 느낄까? 가족, 일, 물질적 풍요, 인간관계, 건강, 종교 등 여러 삶의 영역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한 결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46%로 가장 높고, 이어서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때' 45%,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낄 때' 29% 등의 순이다. 20·30대는 다른 세대와는 달리 '물질적 풍요로움을 느낄 때' 삶의 의미를 느낀다는 응답이 가장 많고 특히 20대는 '연애나 사랑을 통해 기쁨을 느낄 때' 삶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도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주관적 행복도별 만족도를 살펴보면, 행복집단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52%)과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때(50%)를 가장 의미 있게 여기는 반면, 불행집단은 물질적 풍요로움을 느낄 때(45%)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 있을 때(37%) 가장 삶이 의미 있다고 느낀다. 기본적인 물질적 필요가 충족되어야 건강과 가족관계와 같은 더 높은 차원의 행복과 삶의 의미를 추구함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제시한 다양한 삶의 영역들 중 사람들이 실제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은 건강(82%), 미래 안정성·주거 환경·물질적 풍요·인생 결정의 자유(각 78%) 등이며, 중요성과는 별개로 실제로 만족을 느끼고 있는 영역은 가족생활(63%), 인간관계(52%), 인생 결정의 자유(51%) 등이다. 다만 불행집단만 놓고 보면, 이들에게 물질적 풍요로움은 여러 영역들 중 가장 중요(84%)한 동시에 가장 만족도가 낮은(9%) 영역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영역은 실제로 얼마나 충족되었을까? 각 영역을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만 별도로 뽑아 만족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가장 충족된 영역은 종교(81%), 가족생활(78%),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65%) 순이고, 충족되지 못한 영역은 물질적 풍요로움(40%), 미래의 안정성(48%), 건강(49%) 순이다.

행복도를 기준으로 나눠보면, 행복집단이 불행집단보다 전반적인 충족도가 더 높다. 두 집단 간 충족도 격차가 가장 큰 영역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60%포인트), 일·직업(59%포인트), 인생 결정의 자유(59%포인트) 등이다.

행복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삶의 만족과 태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조사에서는 행복집단이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반면, 불행집단은 미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경향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뤄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불행집단은 물질적 결핍과 불안이 크며, 이것이 충족되었을 때 삶이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행복집단은 가족, 건강, 환경, 사회적 구조 문제 등과 같은 비물질적인 가치에 더 큰 관심과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물질적 필요가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더 높은 차원의 삶의 의미를 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물질적·경제적 기반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관계의 안정, 심리적 자원의 강화, 그리고 삶의 방향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인 노력이 비롯될 때 비로소 국민 개개인이 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지현 한국리서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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