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현 기자(=무안)(kbh9100@naver.com),백순선 기자(=무안)(rokmc0709@naver.com),송명준 기자(=무안)(jun9300@naver.com)]
▲4일 국가애도기간의 마지막 날 무안국제공항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2025.01.04ⓒ프레시안(백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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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는 참사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의 발걸음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공항 대합실 1층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는 흰색 국화와 눈물을 훔치는 조문객들로 가득 찼다.
추모객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영정과 위패가 늘어선 분향소를 향해 나아갔다. 위패와 밝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국화를 헌화한 후 두 손을 모은 사람들의 얼굴엔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친구야 늦어서 미안해", "다시 못볼 널 보러 오느라 너무 슬펐어"라며 생전 고인에게 전하지 못했던 말을 조용히 속삭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다리에 힘이 풀려 함께 조문 온 친구들의 품에 안겨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통곡하며 흔들리는 몸에서 슬픔이 엿보였다.
종교인들의 조문과 추모도 이어졌다.
분향소에서 한 비구니 스님이 법문을 읊고, 그 옆에서는 한 수녀가 성호를 그으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종교를 넘어선 애도의 장면은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자원봉사자 박인애씨(60대·여)는 "종교를 뛰어넘어 모두가 하나 되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이런 일이 추모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했다.
경북 대구에서 온 박모씨(50대)는 "대구 지하철에서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믿기지 않았다"며 "유족들은 얼마나 황망하고 경황이 없을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왔다는 김이삭씨(24)는 "새해 해돋이를 갔다가 문득 무안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그래서 어제 알바를 마치고 새벽에 KTX를 타고 목포까지 내려왔다"며 "올해는 꼭 안전하고 사고가 없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인근에 손편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2025.01.04ⓒ프레시안(김보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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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1~2층을 잇는 유리 계단 난간과 손잡이는 어느새 유족과 추모객들이 남긴 손 편지로 빼곡히 채워졌다. 이제 남은 공간이 없어 계단 옆 구조물에까지 손편지가 가득했다.
작은 메모지에는 '엄마 너무 보고싶다. 엄마 진짜 사랑하는데 실제로 사랑한다고 말 못해줘서 미안해', '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모랑 아버지랑 같이 우리 얘기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냈으면 좋겠어'라는 안타까운 메시지부터 '남겨진 유가족들을 우리가 잊지 않을게요'라는 다짐, 캄보디아 민주공동체에서 크메르어로 쓴 손편지까지 다양한 염원과 추모의 마음이 담겼다.
아직도 손편지 운동본부에서는 설치한 테이블에는 부모님과 어린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희생자분들을 위한 글을 또박또박 적고 있었다.
추모객들은 계단에 걸린 손 편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깊은 감정에 잠기기도 했다. 한 여성은 메모지를 읽다 울컥한 듯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희생자들의 유류품과 시신을 인수받은 유가족들은 임시로 설치된 텐트에서 짐을 정리한 뒤 차에 싣고 공항을 떠났다.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이가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쓴 손편지도 눈길을 끌었다.
해당 편지에는 '그대들과 함께 살았던 시간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179명의 모두가 평안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번 사고를 기리는 국가 애도 기간은 이날로 끝났지만, 무안공항과 전국의 분향소에 이어지는 추모 발길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광주·전남 지역 합동 분향소 운영을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타 지역에서도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분향소 운영을 계속할 예정이다.
무안국제공항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약 1만 4000여 명이 방문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공항 분향소는 최소 49재가 되는 2월15일 이상 운영될 전망이다.
[김보현 기자(=무안)(kbh9100@naver.com),백순선 기자(=무안)(rokmc0709@naver.com),송명준 기자(=무안)(jun9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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