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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기고] 국립대 외부 사무국장 영입, 과연 대학 혁신 여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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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내내 어떤 교육정책 결정의 순간들을 살펴보면, 발묘조장(拔苗助長)격인 데다,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많아 국민의 개혁 피로감은 점점 더해 가고 있는 듯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국립대 사무국장에 대한 국립대학 파견 금지 조치일 것이다.

국립대 사무국장은 국가 공무원으로서 국립대학의 인사, 재정, 시설, 보안, 감사, 안전관리 등 대학운영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필수 직책이다. 교육부는 국립대학 사무국장 인사제도 개편의 명분과 사유로 사무국장 직위를 민간인과 교육부를 제외한 공무원에게 개방하여 총장의 임용권 보장과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겠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은 법령적 근거와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급격하게 진행돼 충격을 더했다. 그간 교육부가 사무국장 파견을 통해 국립대학을 통제한다는 지적(2019. 3. 22. 경상국립대 교수회 주장)을 의식해서인지, 교육부 공무원은 개방형 직위에서 아예 배제했다. 그 결정으로 교육부 소속 사무국장들은 하루아침에 강제 휴직을 당하거나, 타 부처로의 파견, 대기발령 등을 겪으면서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국립대 사무국장 직위가 교육부 공무원들의 승진 통로로 활용되거나 부정적인 인사를 대학에 내려보내는 도피처가 된다는 따가운 외부 지적에 일견 동의한다 하더라도 과연 사무국장 1인이 대학을 통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을까. 혹시 일부 과도하게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풀려서 왜곡된 측면은 없는 것은 아닐까.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일보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 총장


대학 내 사무국장의 객관적 역할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대학 개혁의 촉진자 및 전달자 역할이다. 국립대학은 교육개혁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정부는 개혁과제를 발표하는 즈음에 대학 사무국장 회의를 개최하여 사업의 취지, 내용, 대학의 협조 사항 및 역할 등을 전달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중요 국가 혁신과제에 대해 대학에서의 전달자, 촉진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둘째, 대학 내 중요 의사결정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대학 내 구성원 중 총장, 부총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보직자들은 비행정가 일색이다. 그런 데다 부서 이기주의가 작용하는 현실에서 사무국장이 법률적 근거와 관례 및 타 학교 사례 등을 제시·안내함으로써 객관적·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셋째, 예산 집행의 합리성 및 중립성 확보다. 대학 내 예산 편성은 소속 학과나 단과대학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고, 포퓰리즘 분위기에 편승할 여지가 있다. 이때에도 사무국장이 예산 기준과 원칙에 근거하여 균형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넷째, 일반직 공무원들의 고충 해소 및 조력자 역할이다. 사무국장은 교수 외 직원들의 인사 행정 총괄자로서 직원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직원의 사기진작, 역량계발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필자가 아는 총장 중 교육부 파견 국장을 싫어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장은 개혁과 혁신의 촉진자 및 조력자로서 대학 총장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의 가교 및 중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으며, 대학의 발전에도 공헌해 왔다. 그렇다면 왜 교육부 출신 사무국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게 되었는가. 아마도, 대학 총장과 다른 입장인 구성원들이 대학 총장이나 본부가 제시한 개혁안에 동조하는 사무국장이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또한, 사무국장이 제시한 예산 기준과 집행 원칙 등으로 본인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힘든 경우 그 대척점에 놓인 대상쯤으로 간주했을 수도 있다.

민간 및 타 부처 고위직으로 충원하면 대학 내 국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대학이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국립대 사무국장 직책은 그 경험과 교육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요구 수준에 비춰 단기간에 터득, 숙달될 수 있는 직위가 아니다. 대학 내 의사결정의 견제 조정기능의 현저한 약화도 우려된다. 대학은 다양한 구성원들의 집합체로서 작은 사회와 유사한데 갈등이 발생할 경우 조정 역할 역시 어려울 것이다. 그런 만큼 외부인 대상 나눠주기식 자리 배치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교육부 출신 사무국장이 대학 개혁을 막는 주범이 아니며, 더욱이 대학 자율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 그 원인을 잘못 판단하여 교육부를 제외한 외부 인사와 타 부처 공무원들에게만 자리를 나눠주는 역할로 제도를 일거에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라도 4차 산업혁명, AI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여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은 사무국장이 임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교육부 출신도 외부인과 동일 선상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임용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공무담임권 원칙에 부합한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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