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집 전국부 기자 |
'동행·매력 특별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선 8기 시정 슬로건이다. 서울시를 출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겐 복지 의미가 내포된 '동행'이 시정 철학의 큰 부분이라는 게 인상적이었고, 그 와중에도 맨 앞자리에 있다는 게 뜻밖이었다. 보수 여당의 중진이기도 한 시장의 슬로건이라기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동안의 복지 성과를 강조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많은 지원을 받는 하후상박형 복지제도 '디딤돌소득'과 취약계층에 유명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 '서울런' 등이다.
실제로 그 성과는 눈에 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디딤돌소득을 지원받은 가구 중 31.1%는 근로소득이 증가했다. 이는 전년(21.8%)보다 9.3%p 상승한 수치다. 소득이 늘어 디딤돌소득을 지원받지 않게 된 탈수급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4.8%에서 8.6%로 3.8p 상승했다.
서울런에 3만명 이상의 취약계층 학생이 참여했다. 2024학년도 수능을 응시한 서울런 이용자 1084명 중 682명은 대학에 합격했다. 이들 중에선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도 122명 있었다. 서울런을 이용한 수능 응시자 중 87%는 '서울런이 입시 준비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시민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외로움 없는 서울' 프로젝트도 오 시장의 대표적 복지정책 중 하나다. 노숙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회복 프로그램인 '희망의 인문학'은 오 시장이 2008년 재임 시절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변호사 출신 엘리트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유년 시절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달동네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의 모친이 과거 남대문시장에서 수공예품 장사를 해 자녀들의 학비를 마련했다는 것은 제법 알려진 사연이다.
잊고 있었지만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 25개 지역구를 모두 따냈고, 425개 행정동 중 단 5개동만 내줬다. 이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25개 자치구, 425개동에서 모두 승리했다.
보수와 진보의 텃밭이 꽤나 명확히 구분된 서울에서 단 한 곳도 지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오랫동안 표심을 얻지 못한 험지도 녹일 정도로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 시장의 동행 슬로건을 다소 뜻밖이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막연한 선입견 때문이었던 것 같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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