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숭배했던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1만2000년 전의 유적으로 평가받는 튀르키예의 괴베클리 테페 돌비석이 있다. 높이가 5~6m 정도 되는 T자형의 석조물이 200여 개 발견됐다. 나는 아직 여기를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 돌비석들은 적어도 1만 년 전 사람들이 믿었던 종교 신앙과 관련 있다고 본다. 그 돌비석에는 동물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사자, 황소, 파충류, 독수리 등이 새겨져 있다.
왜 동물들을 새겨 놓았을까? 동물에 대한 숭배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12지신은 괴베클리보다 적어도 수천 년 이후에 목성의 12년 공전 주기를 알아내면서 생겼지 않았나 싶다. 여러 동물 중에서 12년에 맞춰 12마리만 간추린 것이다.
석기시대 사람들이 동물을 신으로 여겼다는 근거를 괴베클리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의 쇼베동굴(Grotte de Chauvet)에 그려진 동물 그림을 꼽고 싶다. 사자, 코뿔소, 곰, 표범 등 12종류다. 그림의 연대는 2만7000년에서 3만2000년 전으로 추정한다. 부처님과 예수님도 없었던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이 동물 그림을 왜 그렸을까? 신으로 섬겼다고 보는 게 필자의 결론이다.
쇼베 동굴의 위치도 대단하였다. 꼭대기까지 200m 높이쯤의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 있었고, 그 절벽의 중간 아래쯤, 즉 지상으로부터 60여m 높이에 쇼베동굴이 있었다. 3만 년 전에는 이 동굴 앞으로 강물이 차 있어서 뗏목이 드나들 수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 그림에만 집중하지만 나는 그 동굴이 자리 잡은 터가 더 의미 깊다고 보았다. 어떤 터이길래 3만 년 전 사람들이 여기를 그렇게 소중히 여겼단 말인가! 그 입지조건은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 자리였다. 동굴 주변을 청룡, 백호, 주작, 현무처럼 바위산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가운데를 S자로 강물이 돌아가면서 흘러가는 명당이었다. 기(氣)가 응집된 지점이었다.
쇼베는 3만 년 전 원시인들의 신전이었다. 동물 그림은 그 신들을 표현한 신전벽화였다. 열두 띠로 상징되는 동물신(動物神)의 개념은 인류 역사에서 적어도 3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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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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