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국회는 이질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각종 디지털 플랫폼과 AI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디지털 생태계는 국경을 뛰어넘어 발전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국회는 글로벌 생태계의 상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종래 굴뚝산업 규제처럼 국내외 기업에 대한 이분법적 차별 규제 방식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생태계와 관련된 정책과 규제는 다층적이고 유기적인 글로벌 생태계를 두루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만큼이나 역량 있는 우리 기업과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글로벌 생태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실제 중소 개발사와 크리에이터, 콘텐츠 창작자들이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국내 유튜브 채널의 총 영상 시청 시간 중 35%는 해외 구독자들이 만든 결과다.
이처럼 글로벌 무대에서 거둬온 성과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우리 낡은 규제 속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 디지털 생태계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청취해 한층 유연하고 폭넓은 논의를 확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플랫폼과 A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책임 경영에 앞장설 수 있도록, 따끔한 지적만큼 격려도 보내주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디지털 생태계 구성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기업들을 보면 유독 반갑다. 삼성은 계열사들의 준법 감시와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운영하며, 중개 플랫폼 당근도 서비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프라이버시 정책 및 이용자 보호 위원회’를 운영해오고 있다. 글로벌 테크기업 중에서는 구글코리아가 3년간 모바일 앱 생태계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앱생태계상생포럼’을 운영해왔고, 올해부터 AI와 콘텐츠 산업으로 영역을 넓힌 ‘디지털책임위원회’를 출범해 국내 디지털 생태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실질적인 결실을 맺으려면 무엇보다 정책 입안자들의 참여와 경청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생태계 구성원들의 입장을 균형 있게 수렴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열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자율 규제와 자정이 가능한 영역에서는 기존의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재검토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디지털 생태계는 하나의 고정된 시장이나 산업이 아니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유기체에 가깝다. 다양한 관점에 대한 존중만큼이나 전 세계 어디서든 보편적으로 통용될 원칙과 규범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경직되고 퇴행적인 규제가 원칙과 규범이 될 수는 없다. 변화와 확장을 거듭하는 디지털 생태계에는 책임과 혁신, 포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논의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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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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