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전력효율 높여달라” 주문
블랙웰 발열문제로 출시계획 차질
CES서 구체적 답변 내놓을듯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최근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전력 효율을 높여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설계 문제로 진통을 겪은 블랙웰이 아직 발열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메모리 협력사들에 블랙웰에 탑재되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반도체의 전력 효율을 지금보다 더 개선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엔비디아가 HBM의 전력 효율을 개선하라고 요구한 것이 최근 받은 가장 큰 미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이 같은 요청이 사실상 ‘발열 잡기’를 위한 대응책이라고 보고 있다. 블랙웰의 전력효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HBM의 이른바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를 더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이기 때문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최첨단 메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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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3월 공개한 새로운 AI 칩이다. 이전 세대인 호퍼 시리즈 대비 연산 및 학습 속도가 2∼3배 빠르다. HBM도 기존 4세대(HBM3) 대신 5세대(HBM3E)를 탑재해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성능이 뛰어난 만큼 전력 소모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발열 등 과부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발열 과다는 반도체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프로세서(처리장치)를 중심으로 이를 보조하는 기억장치인 HBM 여러 개로 구성돼 있다. 전력은 대부분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가 사용하며 메모리가 쓰는 전력은 훨씬 작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력 소모 비중은 프로세서가 압도적이라 HBM 전력 개선으로 전체 소모량을 크게 줄이기 힘들다”라며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메모리 업체들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그만큼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블랙웰은 지난해 2분기(4∼6월)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결함이 발견돼 올해 1월 내 출시로 한 차례 연기됐다. 연기 사유는 ‘설계 및 생산 관련 결함’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발열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블랙웰이 온전히 생산 중이다”라고 밝히며 양산이 한 번 더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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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특명’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HBM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D램을 쌓는 ‘본딩(결합)’ 방식을 다르게 하거나 구조 및 설계를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도체 업계는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가전 전시회 ‘CES 2025’를 주목하고 있다. 황 CEO는 올해 CES에서 기조연설과 함께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블랙웰 양산 진행 상황과 함께 발열 등 결함 개선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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