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측, 2차 변준 때 내란죄 철회
尹측·여당 "찐빵 없는 찐빵" 반발
헌재가 먼저 권유? 사실과 달라
"심리 지연 우려한 국회 측 전략"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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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공세를 퍼붓고 있다. 사실과 다른 얘기들까지 나오며 논란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탄핵소추단은 이달 3일 열린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에서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죄, 직권남용권리행사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는 부분을 철회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에 "비상계엄은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내란이 전제돼야 탄핵사유가 되는데, 이걸 포함해 소추해 놓고 지금 와서 빼 버리면 실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내란죄 부분을 철회하면 국회 의결도 새로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내란죄가 빠진 탄핵소추안은 앙꼬 없는 찐빵을 넘어 찐빵 없는 찐빵"이라며 날을 세웠다. 윤상현 의원도 "내란죄 여부로 탄핵안 표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며 "탄핵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 5명이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탄핵안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인해주면 이를 헌재에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선 헌법재판소가 내란죄 철회를 권유했다며 헌재를 향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의 내란죄 철회를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러 주장이 쏟아지고 있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군인들이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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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내란죄 철회 왜? 재판부가 권유?
국회 측 대리인단은 지난달 27일 열린 1차 변론준비기일에 "가급적 헌법 재판의 성격에 맞게 (진행하고자) 내란죄 등을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서 주장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달 3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선 "형사상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한다"고 말했다.
국회 측의 내란죄 철회에 일각에선 재판부가 권유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탄핵심판 심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한 국회 측의 변론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회 측 김진한 대리인은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며 "헌법 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 위반 사실관계로만 다투려 한다"고 설명했다.
내란죄 빼면 탄핵 무효?... 법 적용은 재판관 몫
내란죄가 빠지면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안은 무효일까. 탄핵심판은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에 관계없이 헌법 위반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내란죄가 빠진다고 해서 탄핵 자체가 무효가 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탄핵안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어떤 법 규정을 적용해 판단할지는 전적으로 재판부 재량이다. 이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확인된 사안이다. 2차 변론준비기일에 윤 대통령 측이 내란죄 철회를 계속 문제 삼자, 이미선 재판관이 "이 사건 소추 사유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가 위헌·위법하다는 것이고, 여기서 내란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에 대한 법적 평가는 재판소가 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 구성 이후 처음으로 6일 재판관 회의를 연다.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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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내용 바뀌었으니 국회 의결부터 다시?
내란죄를 철회해 탄핵안 내용이 달라졌으니 국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변론준비기일에 쟁점을 5가지로 정리했지만, 정식 기일에선 5번째 쟁점이었던 형사법 위반 부분을 빼버렸다. 다른 쟁점들과 사실관계가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때도 소추 사유에 기재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거나 기존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변경은 불허했다.
윤 대통령 사건에선 내란죄를 빼도 소추안에 담긴 계엄 선포, 포고령 1호 발동 등의 사실관계는 달라지는 게 없다.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해선 윤 대통령 측도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인정했다.
헌법 위반으로 구성된 탄핵안 내용은?
윤 대통령 탄핵안은 크게 ①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과 ②내란(우두머리)에 해당하는 국헌문란행위로 나뉘어져 있다. 헌법 위반 사안은 두 항목에 걸쳐 나타난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적시됐다. 헌법 제77조 1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계엄을 선포하도록 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달 3일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활동을 제한한 포고령 1호도 헌법 위반 사항이다.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는 것도 탄핵안의 핵심 내용이다. 헌법은 계엄 선포에 앞서 △국무회의 심의(헌법 89조 5호)를 거치고 △계엄을 선포할 때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헌법 77조 4항)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통령의 모든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이뤄지고,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야(헌법 82조) 한다. 하지만 이번 계엄에선 이런 요건이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탄핵안 내용이다.
헌재가 이 중에서 하나라도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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