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본능처럼 끌리지 않을까요?"

2024년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만난 서울경찰청 기동순찰3대 소속 이두희 순경(27)은 '다시 태어나도 경찰이 되고 싶나'라는 물음에 웃으며 답했다. 이 순경은 2022년 6월 입직해 올해 초부터 약 1년째 기동순찰대에서 일하고 있는 팀의 막내다. 팀원들은 이 순경을 '경찰이 천직인 친구', '본투비 경찰'이라고 평가한다. 이 순경은 "어렸을 적부터 제복을 입고 카리스마 있게 업무를 처리하는 경찰관들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해왔다"며 "누군가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내 성격과 딱 맞아 업무 만족도도 최고"라고 말했다.

이두희 순경(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기동순찰3대 경력들이 31일 서울 중구 다동 일대를 순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루 9시간씩 걷지만 보람…"시민 고충 가장 가까이서"
이 순경은 올해 초 기동순찰대에 자원해 배치됐다. 기동순찰대는 전국 곳곳을 걸으며 112 신고 접수 전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범죄 및 사건·사고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예방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이 순경은 오전 9시에 서울 성북경찰서 별관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 관할 지역으로 나설 채비를 한다. 출근하자마자 개인 무기를 지급받은 뒤 5~6명의 동료와 팀을 구성해 관할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 순경이 소속된 기동순찰3대는 서울 성북구·동대문구·노원구·강북구 등 서울 동부권 지역 9개를 담당하고 있다.

기동순찰대 특징은 지역의 좁은 골목 구석구석까지 '발'로 거닌다는 점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도 하루 9시간씩 걷는 강도 높은 업무는 계속된다. 그럼에도 이 순경은 "기동순찰대는 지역 주민의 고충을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곳"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차량 순찰이나 112 신고 접수를 통해 발견하지 못할 다양한 사건·사고와 범죄 가능성을 가장 먼저 포착하고 예방하는 일을 하는 곳"이라며 "선제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딱히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두희 순경(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기동순찰3대 경력들이 31일 서울 종로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말엔 아찔했던 사건도 있었다. 소속 팀원들과 북한산 둘레길 인근을 순찰하던 중 비를 맞으며 주저앉아 있는 80대 노인을 발견했다. 이 순경이 노인을 보호자에게 인계하려고 했으나, 치매를 앓고 있던 노인은 이름과 나이, 거주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제복을 입고 다가오는 경찰관들을 보고 잔뜩 경계하며 간단한 의사소통마저 거부했다. 이 순경은 "친할머니와 연세가 비슷해 '할머니 생각이 난다'며 다가가 천천히 말을 걸었다"며 "어르신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가방에 있던 신분증을 건네주셨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까지 직접 걷지 않았더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서울 동부권 지역에선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재래시장을 순찰하던 중 '누군가 송금을 요구한다'며 한 노인이 보여준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고 이 순경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한 적이 있다. 또 인적이 드문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려던 노인들을 제지해 교통사고를 막은 적도 여러 번이다. 이처럼 노인들이 범죄와 사건·사고에 쉽게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순찰 과정에서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이 순경이다.

이 순경은 "순찰을 하다 보면 '옆집에 누가 소란을 피운다' '밤에 길을 가는데 가로등 불빛이 꺼져 무섭다'는 등의 사소한 민원부터 보이스피싱이나 절도 같은 중대 범죄까지 어르신들로부터 듣게 된다"며 "이런 범죄를 예방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길을 가며 어르신들이 건네는 따듯한 한마디에 힘을 얻곤 한다"고 말했다.

이두희 순경(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기동순찰3대 경력들이 31일 서울 중구 다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친구 같은 경찰 되고 싶어"
2025년 새해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이 날 늦은 오후. 보신각 타종 행사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시각이었지만 이 순경은 일찍이 일대 도보 순찰에 나섰다. 대형 행사를 앞두고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종 범죄 및 사건·사고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몸이 떨리는 추운 날씨. 이 순경을 포함한 기동순찰대원들은 종로역 5번 출구에서부터 종로 음식점 거리까지 반복해 걸었다. 다행히 큰 사건·사고는 포착되지 않은 가운데 인파를 관리하거나 교통을 통제하는 이 순경에게 다가와 인근 상인들은 "고생한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두희 순경(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기동순찰3대 경력들이 31일 서울 중구 다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순찰은 타종행사가 마무리된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계속됐다. 이 순경은 "큰 행사가 열리는 날엔 평소보다 긴장감을 갖고 임하게 된다"며 "행사가 시작되면 갑자기 많은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는데, 기동순찰대는 사전 순찰을 통해 범죄 가능성을 포착하고 예방하기에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순경에게 '어떤 경찰이 되고 싶나'라고 묻자 잠시 뒤 "친구 같은 경찰"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입직하기 전 꿈꿨던 카리스마 넘치는 경찰도 좋지만, 이제는 시민들에게 보다 따뜻하고 편안한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 순경은 "언제든지 편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것이 친구 아닌가. 기동순찰대에서 일하면서 친구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민분들이 경찰을 친구처럼 편안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정성을 다해 있는 힘껏 도와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