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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인&아웃] 기로에 선 대통령경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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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기로에 선 대통령경호처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대통령경호처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첫 해에 대통령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관례적으로 경호시범을 선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육탄방어에 나서는 경호원들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2006년 8월 참여정부 경호실은 <바람소리도 놓치지 않는다>라는 책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경호원들의 일상과 임무 등을 처음으로 소개해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연합뉴스

박종준 경호처장, 공수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관련 입장 발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5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지역에서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5.1.5 [대통령경호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ihong@yna.co.kr



건국 초기 대통령의 경호업무는 경찰 몫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경호는 1949년 2월 창설된 '경무대경찰서'가 맡았다. 4·19혁명으로 제2공화국이 수립된 1960년 6월 말부터는 서울시경 소속 '청와대 경찰관 파견대'가 대신했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 경호체제는 1963년 12월 '대통령경호실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장이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정부기구인 대통령경호실이 발족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경호실은 대통령실 산하 차관급 경호처로 격하됐고, '대통령경호실법'도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박근혜정부에서 경호실로 재승격됐다가 문재인정부에서 다시 경호처로 환원됐다.

대통령 '호위대장'인 경호실장·처장 자리엔 그동안 19명이 거쳐 갔고, 박종준 현 처장이 20번째다. 이 중 군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경호관 출신 4명, 경찰 출신이 3명이다. 역대 경호실장·처장 중에 10·26사태와 버마 아웅산 테러사건 등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은 박상범 전 실장(9대)이 유명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항상 권총을 소지해 '피스톨 박(朴)'으로 불렸던 박종규 전 실장(2대)과 후임 차지철 전 실장(3대)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특히 차 전 실장은 10·26 사태 당시 총에 맞은 박 전 대통령을 버려두고 화장실로 도망가는 비겁함을 보였다.

경호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면서 벼랑 끝에 선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박 처장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는 법적 당위성과 대통령 신변보호라는 직업적 소명을 놓고 심리적 갈등을 겪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그는 후자를 선택했다. 박 처장은 입장문을 통해 "편법·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확보를 존재가치로 삼는 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어떤 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경호처는 '존재론적 위기' 상황까지 내몰리게 됐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박 처장을 내란 혐의로, 경호본부장·경비안전본부장 등 2명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당은 당장 경호처 해체와 대통령 경호업무의 타 기관 이관을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로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 경호업무를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에서 맡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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