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 불발에도 양측 집회는 그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관련 경찰 일임 기사를 접한 후 환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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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애국심으로 공수처 망나니들을 꺾어냈습니다!"
"무능한 공수처 정말 비열하고, 비겁하고, 무책임합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 서울 한남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양분된 집회 현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기며, 영장 집행 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체포가 사실상 불발됐단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대통령을 지키려 결집했던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은박 비닐이나 우비를 쓴 채 3박 4일 철야 투쟁을 이어가던 진보 집회 참가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한남초에서 북한남사거리로 향하는 길목에선 신자유연대가 주최하는 보수 집회가, 한남오거리 방향에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진보 집회가 각각 열렸다. 경찰 비공식 추산 보수 집회엔 약 2,000명, 진보 집회엔 약 500명이 모였다. 기동대 8개 부대 480명을 배치한 경찰은 관저 앞에 삼중 차벽을 세우고 한남동 일대에 바리케이드(질서유지선)를 설치하는 등 양측의 무력 충돌에 대비했다.
"속 시원해" vs "공수처 책임 물어야"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한남대로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측 참가자들이 철야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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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10분쯤 무대에 오른 보수 집회 사회자가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맡기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일대에선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상기된 얼굴로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남성 김하곤(60)씨는 "대세는 완전히 끝났다"며 "속이 시원하고 흥분된다"고 활짝 웃었다. 직장인 이모(43)씨는 "계엄은 대통령의 당연한 권한인데, 공수처가 불법 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것"이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남 창원에서 온 남성 김모(28)씨도 "지금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졌다"며 "영장을 집행하면 공수처가 국민의 분노를 살 것 같아서 경찰에 떠넘긴 것 같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반면 진보 집회 참가자들은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조성실(64)씨는 "오늘 공수처가 대통령을 체포하러 오는 줄 알고 두 시간 걸려서 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적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윤모(66)씨는 "3박 4일째 관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더 길어지면 시민들이 지쳐서 못 할 것"이라며 "아침에 체포 작전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경찰이라도 빨리 움직였으면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수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문모(47)씨는 "시간만 끌고 결국 경찰한테 책임지라고 넘긴 행태가 너무 비겁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무능은 용납할 수 없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재태(62)씨도 "3일 전에 들어갔다가 결국 체포도 못했으니 보수단체 쪽 기만 살려준 것 같다"며 "차라리 경찰이 영장을 집행했으면 더 잘했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영장 집행 불발 소식에도 양측 참가자들은 집회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신자유연대 측은 24시간 집회를 예고했고, 오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규탄 발언을 쏟아낸 비상행동 역시 오후엔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한편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은 지난 4일 민주노총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경찰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경찰관을 향한 폭력행위를 엄단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는 민주노총 조합원 두 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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