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이끈 김상식 감독 극찬 이어져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일렉트릭컵에서 우승을 확정한 5일 밤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왼쪽에 한국인 김상식 감독의 가면을 쓴 팬의 모습이 눈에 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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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꼬렌(파이팅), 김상식 똣녓(최고)”
한국인 김상식(4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5일 밤 동남아시아 최대 축구 대회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에서 우승하자 베트남 전국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베트남은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동남아 최강’으로 꼽히는 태국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미쓰비시컵은 아세안축구연맹(AFF)이 주관하는 동남아 지역 최고 권위 축구 대회다. 동남아 10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에 진출한 적이 없어 이 대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동남아 월드컵’이라고 불릴 정도다. 베트남이 미쓰비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박항서 전 감독이 이끌던 2018년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일렉트릭컵에서 우승을 확정한 5일 밤 베트남 하노이의 거리가 금성홍기를 들고 나온 시민과 오토바이 행렬로 가득하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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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애타게 기다리던 우승 소식에 베트남은 붉은 물결로 휩싸였다. 수도 하노이,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 중부 중심 도시 다낭 등 전국에서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수백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가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베트남 최고” “베트남이 챔피언이다” 등을 외쳤다. 거리 곳곳에서는 불꽃놀이용 폭죽이 터졌고, 시민들은 나팔과 호루라기를 부는 것은 물론 북과 쟁반, 냄비, 프라이팬 등을 힘껏 두드리기도 했다.
‘오토바이의 나라’답게 금성홍기를 내건 오토바이 수백 대가 경적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이른바 ‘디바오(Đi bão·태풍 같은 행진)’도 펼쳐졌다. 주요 대로가 붉은 물결로 가득 차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베트남의 승리를 이끈 김 감독에 대한 환호도 나왔다. 일부 팬들은 김 감독의 얼굴 가면을 쓰거나 태극기를 흔들며 거리를 활보했다. 베트남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담긴 가면을 쓰는 것은 해당 인물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는 게 현지인들 설명이다.
하노이에서 친구들과 응원을 나온 대학생 응우옌반훙(23)은 “김상식 감독의 뛰어난 전술과 선수들의 노력이 시너지를 내 우승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베트남까지 와 주고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린 김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말하며 ‘한국·베트남 단결’을 외쳤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일렉트릭컵에서 우승을 확정한 5일 밤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시민이 한국인 김상식 감독의 가면을 쓰고 열광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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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베트남의 역대 미쓰비시컵 우승 3회 중 두 차례를 한국인 감독이 이끈 덕에 한국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감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날 거리에서도 ‘김상식 최고’ ‘한국 감독 넘버원’ 등을 외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결승전은 김 감독과 태국 대표팀을 이끈 일본인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의 ‘한일 사령탑 맞대결’로도 주목받았다. 베트남이 1, 2차전 모두 승리함에 따라 ‘감독판 한일전’에서도 한국이 웃게 된 셈이다.
김 감독의 몸값은 더 높아졌다. 2023년 5월 K리그 전북 현대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그는 지난해 5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반년 만에 큰 성과를 거두며 김 감독의 앞길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박 전 감독도 2018년 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베트남 ‘국민 영웅’이 됐고, 6년간 이 나라의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일렉트릭컵에서 우승을 확정한 5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김상식(가운데)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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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승리 확정 직후 베트남 국기를 두르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김 감독은 “이번 우승은 역사적인 일”이라며 “뜨거운 경기장에서, 어렵고 힘든 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팬들의 응원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준 모든 선수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K리그 우승을 한 적은 있지만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우승한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 뚜오이쩨는 “김 감독은 V리그(베트남 국내 축구 리그)에 좋은 선수가 많다는 것을 알려줬다. 또 용감하고, 변화에 도전하며,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점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6일 베트남 록팟은행은 자국 축구대표팀에 30억 동(약 1억7,4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하노이시 인민위원회도 20억 동(약 1억1,600만 원), 농업농촌개발은행도 10억 동(약 5,800만 원)을 각각 건네기로 했다.
하노이=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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