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과 31일은 모두 화요일이었다. 물론 평범한 화요일은 아니었다. 각각 크리스마스이브와 2024년 마지막 날이었다. 특별한 화요일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저녁 퇴근길에 지나친 서촌에서 연말연시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줄 서 먹던 유명 식당 내부를 들여다보니 곳곳에 빈자리마저 있었다. 체감상 11월 이전 평일 화요일보다 사람이 적었다.
지난해 여름 파리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이 예상을 넘어서는 승전보를 전해온 데 이어 10월에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오며 대한민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로제의 '아파트'를 흥얼거리며 사랑하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한껏 웃고 떠들고 즐길 수 있었던 한 해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사고까지 겹쳤다. 대한민국 21세기 역사상 가장 최악이자 슬픈 한 달이었다.
슬픔과 공감이 겹치며 소비가 급감했다. 자영업자들은 연말연시 대목을 날렸다며 아우성이다.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실종된 내수로 체감 경기는 바닥이다. 올해부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까지 열리며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가중됐다.
지난 연말 매일경제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명동의 한 음식점 사장은 "단체 회식이 거의 없어지며 그나마 있던 송년회·신년회 예약까지 줄어들어 연말에 손님이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제주항공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연말은 물론 신년 행사까지 미뤄졌다"면서 "슬픔을 나누며 회식 자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때마침 1월 마지막 주에는 설 연휴가 있다. 문제는 올해 설 연휴가 화·수·목요일 단 3일에 그친다는 점이다. 내수 진작을 위해 설 연휴 주간 월요일과 금요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 어떨까. 이틀 모두 지정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단 하루라도 된다. 월·금요일 중 하나만 지정해도 주말을 포함하면 6일 연휴가 만들어진다. 긴 연휴 삼시 세끼 집밥 먹기가 지겨워지면 바깥에 외식을 하러 나오게 마련이다. 외식하러 나온 김에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며 기분 전환을 하는 게 사람 사는 인지상정이다.
"내수를 살려야 한다." 비상계엄을 두고 정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합심해 정부에 임시공휴일 지정을 요구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피부에 쉽게 와닿기 어려운 추경보다 더 효과적인 내수 진작책, 임시공휴일 카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우람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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