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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과학세상] 재주는 ‘파커’가, 지식은 우리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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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파커 태양탐사선이 지난해 12월 18일 태양을 스쳐 지났다. 2018년 발사된 파커는 금성을 근접 비행하며 태양에 도착했고 이제 약 100일 공전 주기로 태양 주위 타원 궤도를 돌고 있다. 파커가 특히 관심을 받는 이유는 태양 대기인 코로나 층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섭씨 6000도인 태양 표면에 비해 태양 코로나 층은 300배 더 뜨거워 신비감을 준다. 코로나 자기장이 이온을 가속시키므로 코로나 층의 고온도 설명되지만, 파커 주인인 미국 항공우주국이 답변을 캐고 있으니 잠시 접어두자. 오히려 파커 관찰자의 처지에서는 그 높은 온도에서 타지 않는 탐사선이 더 궁금하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올라가다 떨어진 이카루스라는 그리스 신화도 있지 않는가? 멀쩡한 파커는 온도를 올바르게 인식할 때 설명이 된다.

코로나 통과한 태양탐사선 ‘파커’의 신비


온도는 군집 속 개별 입자의 운동과의 충돌이다. 단독 물체는 속도는 있지만 충돌이 없으니 온도가 없다. 입자들이 모일 때 충돌이 생기고 온도라는 어휘도 나타난다. 대기에는 수많은 질소와 산소 분자가 운동하니 충돌이 일어나고 온도가 측정된다. 만일 질소와 산소가 한 방향 동일 속도로 이동하면 충돌이 없으므로 온도는 0도이다.

지상으로 추락하는 위성은 대기 진입 중에 불꽃을 내면서 탄다. 대기 온도는 영하 50도 정도이니 대기 온도만으로 위성이 불타는 3000도를 설명할 수 없다. 불타는 이유는 산소와 질소의 속도가 아니라 추락하는 위성의 속도 때문이다. 다시 온도를 정확히 정의하면 온도는 충돌의 상대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태양 코로나층은 질소와 산소 대신에 핵융합 생성물인 양성자와 전자로 채워져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빠른 속도로 돌아다녀 온도는 높게 측정되지만 입자 밀도가 낮아 충돌 빈도도 낮다. 그래도 파커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므로 충돌 시 전달되는 힘은 꽤 높다. 파커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열판 갑옷을 입고 있다.

파커는 양성자와 전자와의 충돌 외에도 태양에서 직접 나오는 복사열을 받는다. 이 빛은 태양의 표면 온도 6000도에서 나오는 흑체 복사이다. 흑체 복사의 파장은 거리에 상관없이 고정되어 있고 빛의 세기는 거리에 따라 준다. 태양에서 떨어진 지구에서는 커다란 돋보기로 빛을 모아야 종이를 태울 수 있지만 파커에서는 돋보기 없이도 종이를 손상시킬 수 있다. 파커는 복사열을 차단하기 위해 방열판 방패를 차고 있다.

파커 방열판인 갑옷과 방패는 섬유강화탄소(CFRC)로 제작되었다. 가장 높은 녹는점을 지닌 텅스텐을 두고, 탄소라니? 다소 의외였지만 땅속에서 석탄이 나오고 타다 남은 나무가 숯이 되니 탄소를 거부할 수는 없다. 방열판은 팡팡 뛰는 트램펄린과 유사하다. 방열판은 부딪치는 양성자와 전자를 튕겨 내지만 강한 충돌은 트램펄린을 훼손시킬 수 있다.

태양 주위 돌다 태양에 빨려들 운명


대개 방열판 훼손은 밀랍처럼 녹는점으로 해석된다. 만일 밀랍 대신에 에폭시 접착제를 사용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방열판은 녹지 않고 열분해가 일어난다. CFRC도 녹기보다는 쪼개지며 작은 탄소 결합체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태양 코로나 성분인 양성자와 결합하여 유기화합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유기화합물은 열에 쉽게 쪼개지기 때문에 파커는 태양 주위를 몇 차례 공전한 후에는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태양 신비를 캐기 위해 파커 탐사선을 보내지만, 태양에 대해 무지하면 파커 탐사선 제작도 불가능하다는 순환 논리에 빠질 수 있다. 순환 논리를 벗어나는 방법은 온도, 방열 등의 기초 지식을 지녀야 한다. 올해도 파커가 태양 주변을 지나며 재주를 부릴 텐데 파커가 답을 보내주기 전에 과학의 질문을 던져 보시라.

[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 과학칼럼니스트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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