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출국하며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골드버그 전 대사 자리에는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임시 대리대사로 파견된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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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오전 출국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2년 반 동안 나의 집이었고 큰 애정이 있었던 한국을 떠나게 됐다"며 퇴직 소회를 밝혔다. 2022년 7월 한국에 부임한 골드버그 대사는 2년 6개월 간의 주한 미국 대사직을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한다. 직업외교관인 그는 "36년 동안 5개 대륙에서 보낸 외교관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과 이튿날 계엄 해제 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논의한 내용에 대해선 "외교관으로서 나눈 이야기는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데 대해 이후 국회에서 "미국을 오도(mislead)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조 장관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오래 근무한 진정한 외교관"이라며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며,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미 협상 전망과 관련해 골드버그 대사는 "우리는 북한과 전제 조건 없는 협상을 계속 제안했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계획에 (협상이) 없다고 결정했다"며 "다음 행정부에서 (협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북·러 협력을 언급하며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는 계속 추진해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임기를 끝내고 귀임하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귀빈실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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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버그 대사는 미 국무부에서 직업 외교관 중 최고위 직급인 '경력 대사(Career Ambassador)'다. 직업 외교관이 주한 대사로 온 것은 성 김 전 대사(2011∼2014년) 이후 약 7년 만이었다. 한국은 볼리비아, 필리핀, 콜롬비아에 이은 골드버그 대사의 네 번째 대사 부임지다.
골드버그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2009~2010년)을 지내는 등 대북 원칙론자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7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그는 "북한이 제재 해제를 원한다는 것만 봐도 제재의 효과는 증명됐다"며 북·러 협력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세계에서 거부당한 두 명의 고립된 지도자 간 협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부로 공석이 된 주한 미국 대사의 업무를 대행하기 위해 조만간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파견될 예정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윤 전 대표가 며칠 내로 (대사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중앙일보 1월 7일자 2면 보도 참고 [단독] 조셉 윤, 주한 美대사대리로 온다…전례없는 임시 대사)
이런 가운데 오는 9일(현지시간) 열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김장환(91) 극동방송 이사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한 개신교 원로다. 카터 전 대통령이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도 그와는 따로 만날 정도로 생전에 친분이 있었다. 이에 정부도 김 이사장에게 한국 대표로 장례식 참석을 권했다고 한다.
김장환 목사가 지난해 4월 서울 상수동 극동방송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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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에는 원칙상 유가족의 뜻에 따라 현지 주재 공관장 이외에 공식 조문사절은 받지 않고 카터 전 대통령 내외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인사에 한해 유가족과의 협의하에 초청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카터 전 대통령이 조지아 주지사 재임 시 처음 만난 이후 4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김 이사장은 미국 정계·종교계에서도 잘 알려진 인사"라고 덧붙였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이 트럼프 측과 소통할 기회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극동방송 관계자는 이날 "아직 김 이사장의 방미 기간 트럼프 측 인사와 약속이 구체적으로 잡혀있지는 않지만 만남이 있을지 기대된다"며 "다만 트럼프 취임식은 참석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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