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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CES 2025]데이터센터 밖으로…엔비디아, AI 생태계 확장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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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CES 2025에서 공개한 인공지능(AI) 비전은 '생태계의 확장'으로 압축된다. AI는 추론과 연산을 담당하는 서버, 즉 AI 데이터센터가 중심이었는데 이를 데이터센터 밖으로 끄집어내려는 시도다.

이날 공개한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와 로봇 및 자율주행을 위한 AI 플랫폼 '코스모스'는 엔비디아의 이같은 전략을 수행할 선봉장으로, 새로운 AI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챗GPT와 같은 언어 중심 AI 시장이 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 세계'까지 확장돼서다. 이에 따른 AI 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지속 성장이 가능한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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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CES 2025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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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AI 슈퍼컴퓨터로 'AI 대중화'…로봇·자율주행까지 시장 확장

엔비디아가 공개한 프로젝트 디지트는 '개인화된 AI' 시장을 정조준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AI 슈퍼컴퓨터인 이 기기는 개인 책상에 두고 AI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같은 AI 모델 개발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AI 인프라를 갖춘 AI 사업자의 영역이었다. 이를 개인 및 소규모 기업까지 확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엔비디아 AI 가속기는 대부분 데이터센터에 공급돼왔다. 추론과 연산을 담당할 대표적인 AI 인프라로, 엔비디아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분기 실적실적(8~10월)을 보면 엔비디아 전체 매출 350억8000만달러 가운데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308억달러로 88%를 차지했다. AI 가속기를 판매해 거둔 성과다.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수요가 확산될 경우, 엔비디아 AI 가속기 매출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외 사업 부문에서 AI 가속기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프로젝트 디지트에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AI 가속기 'GB10 그레이스 블랙웰 슈퍼칩'이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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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를 선보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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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CEO가 미래 먹거리로 '물리적(Physical) AI'를 강조한 것도 AI 가속기 시장의 확장 시도로 읽힌다. 물리적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실체를 가진 AI를 뜻하는데, 기존 챗GPT와 같은 언어모델을 넘어 새로운 AI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CEO는 이를 두고 “로봇의 챗GPT 순간(Moment)이 온다”고 평가했다.

이 역시 AI 가속기 수요를 발생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로봇 경우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센서를 통해 이미지·영상 등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야하는만큼 AI 가속기가 필수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향후 20년 동안 휴머노이드와 같은 로봇 시장이 3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 반도체 업계 새 먹거리를 만들다

엔비디아는 AI 시장 확장을 통해 반도체 산업 전체에 미래 먹거리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제조사만 해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의 신규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HBM은 엔비디아 블랙웰와 같은 AI 가속기에 필수로 탑재되는 메모리다.

이번에 공개된 프로젝트 디지트에도 128기가바이트(GB)의 통합 고대역폭 메모리와 4테라바이트(TB)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들어간다. 메모리 제조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반도체 기업 간 협업 사례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젝트 디지트에 탑재된 엔비디아 GB10 그레이스 블랙웰 슈퍼칩은 대만 미디어텍이 설계에 참여했다. 엔비디아는 “Arm 기반 시스템온칩(SoC) 설계 리더인 미디어텍과 협력해 동급 최고 전력 효율성과 성능, 연결성 확보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엔비디아는 이날 PC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50 시리즈도 공개했는데, 젠슨 황 CEO가 이례적으로 마이크론의 그래픽 메모리를 채용했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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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CES 2025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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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엔비디아발(發) AI 시장이 확산되면 이같은 반도체 업계 간 협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 단독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어서다. 반도체 설계부터 위탁생산(파운드리)까지 생태계 확장이 예상된다. 엔비디아와 손잡은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는 셈이다.

◇생태계 주도권 가져가는 엔비디아…의존도 높아질 수도

반도체나 AI 업계에서 시장이 확장되는 건 반길만하지만 엔비디아 '종속' 우려도 있다. 엔비디아는 물리적 AI, 즉 AI 생태계를 로봇·자율주행 등으로 확장하기 위해 신규 AI 플랫폼 '코스모스'와 로봇 제어를 위한 AI 모델 '아이작 GROOT 블루프린트'도 공개했다.

새로운 AI 모델과 AI 서비스를 잘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지만, 엔비디아가 직접 만들고 관리하는만큼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마치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쿠다' 플랫폼을 개발한 것과 유사하다. 쿠다는 엔비디아 GPU에서만 구동되는데, 다수의 개발자들이 쿠다에 의존하고 있다. 경쟁자의 GPU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힌다.

또 반도체 개발 협력에도 엔비디아의 '줄 세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 창출되는 시장 주도권을 엔비디아가 쥐고 있어서다. 현재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등 공급망에 대한 엔비디아 영향력을 절대적이라고 평가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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