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 오타와 총리공관 앞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총리 취임 9년2개월 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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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53)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사임했다. 고물가와 경제위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협으로 궁지에 몰린 트뤼도 총리는 이날 “최선을 다했지만 의회가 지난 수개월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총선에서 내가 (당내에서) 최선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캐나다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다만 총리직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내각제인 캐나다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데, 후임 총리로는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도미니크 르블랑 재무장관,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캐나다 총리를 지낸 거물 정치인 피에르 트뤼도의 장남으로 태어난 트뤼도 총리는 2008년 자유당의 텃밭 중 하나였던 퀘벡주 몬트리올의 파피노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젊은 시절부터 여배우 출신 어머니를 닮은 잘생긴 외모로도 인기를 끌었다. 짧은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2013년 41세 때 자유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리고 2015년 자유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해 43세에 총리가 됐다. 이때 ‘캐나다의 오바마’란 별명도 붙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트뤼도 총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야기된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달 미국 여론조사기관 앵거스 레이드가 실시한 조사 결과 트뤼도의 지지율은 2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임 결정의 ‘방아쇠’를 당긴 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는 캐나다가 불법 이민, 마약 밀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뤼도는 트럼프가 당선되자 지난해 11월 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트럼프는 헐레벌떡 찾아온 그에게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건 어떤가” “(당신은) 캐나다 주지사”라며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트뤼도는 이 자리에서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한때 트뤼도의 최측근이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6일 뒤 전격 사퇴했다. 이후 자유당 내에서도 그에 대한 퇴진압박이 거세졌다.
트럼프 “그린란드, 미국 일부 되면 혜택”
6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당선을 인증받은 트럼프는 트뤼도의 사임 소식에도 “캐나다의 많은 사람은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며 “미국은 캐나다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무역 적자와 보조금을 감당할 수 없고, 트뤼도 총리는 이 사실을 알고 사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함께라면 얼마나 위대한 국가가 될까”라고 했다.
덴마크 왕실이 6일 공개한 새 문장(오른쪽 사진).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의 몸집이 커졌다. 외신들은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사진 덴마크 왕실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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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영토 확장 발언은 캐나다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그린란드를 언급하며 “그린란드 사람들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들었다”며 “그린란드는 놀라운 곳이고,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되면 사람들은 엄청난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트럼프는 특히 “내 아들 도널드 주니어와 여러 대표가 가장 웅장한 지역(그린란드)과 명소를 방문하기 위해 그곳을 여행할 예정”이라며 7일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그린란드 방문이 그린란드 매입 등 영토 편입 언급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NYT “트럼프, 군사력 토대 타국영토 탐내”
트럼프는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에 대해 최근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그린란드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미국의 성조기가 걸린 파나마 운하 사진을 게시하며 “미국 운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글을 올렸다.
세계 최강 미국이라도 타국의 영토를 빼앗는 것은 전쟁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 세 나라에 대한 도발은 현실적으로 운하 통행료 인하와 캐나다·덴마크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있다.
NYT는 트럼프가 이들 세 나라를 특정한 것과 관련, “트럼프가 1기 행정부에 이어 또다시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안보와 상업적 차원의 계산이 깔려 있다”며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선점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북극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린란드엔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가 다량 매장돼 있다. 파나마운하는 중국이 서반구로 진출하는 핵심 동맥으로 꼽힌다. 파나마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NYT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전통적 고립주의와 달리 군사력을 토대로 타국 영토를 탐내는 팽창주의적이고 식민주의적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하수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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