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1일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파주 민통선 주민들이 임진각으로 트랙터 20대를 몰고 오고 있다. 전익진 기자 |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민민갈등까지 벌어졌던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 최근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대북 단체들의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대북전단 문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상황 관리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자 한다”며 “지난 12일 전단 단체들에 신중한 판단을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하겠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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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남북관계발전법상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대북전단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혀온 통일부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실제로 파주·연천 등 경기도 접경지역에선 탈북민 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 징후가 지난달 중순 이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접경지 주민들과 지자체는 안도한다. “정부의 이번 조처가 늦었지만 천만다행”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 변화가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차단 방법은 아니라는 점에서 긴장이 재연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한 대북 단체는 여전히 강원 고성군과 경기 파주시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인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는 지난달 20일 서울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접경지역의 긴장 해소를 위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있는 모든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24시간 이어지는 소음으로 일상은 무너지고 수면장애·난청 등 고통을 겪고 있다. 확성기 방송을 먼저 재개한 남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춰야 대남 확성기도 멈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북 확성기 방송 즉각 중단 및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국회에는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신속히 논의해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김경일 파주시장도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북한의 오물풍선과 확성기 공격에 빌미를 준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국지전 발발을 우려하며 트랙터까지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한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통일부의 입장 선회는 탄핵 정국 속 남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우발적 상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한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이다. 국가 전체의 안전 및 안보와도 직결되는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정부의 보다 확실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익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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